[사설] ‘해수욕장’보다 ‘해변’이 더 좋은가
[사설] ‘해수욕장’보다 ‘해변’이 더 좋은가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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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전통적으로 불러 오던 정서어린 각종 명칭들이 속속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새 이름이 붙여지고 있다. 오늘의 ‘탐라문화제’는 창설 때 ‘한라문화제’였다. 그러나 30년 넘게 전통이 쌓이고 정서를 키워 오던 한라문화제가 어느 해 탐라문화제로 개명(改名)돼버렸다.

제주~성산, 제주~중문을 연결하는 번영로와 평화로도 당초 명칭이 아니다. 세 번째 이름이다. 개통당시는 동부산업도로, 서부산업도로라 명명되었다. 몇 해가 지나더니 이 명칭이 동부관광도로, 서부관광도로로 이름이 바뀌었다. 30년 안에 3차례 작-개명한 셈이다.

이름 바꾸기가 왜 이것뿐이겠는가. 공공건물 이름, 단체 이름, 문화행사 이름 등이 수없이 개명되고 또 재 개명되고 있다. 아마 제주도에는 장인급(匠人級) 작명가들이 있는 모양이다. 이름고치기를 아주 즐겨하니 말이다.

그러기에 해수욕장도 ‘해변’이란 이름으로 갈아치우고 있을 터다. 올해만도 곽지해수욕장을 곽지과물해변으로, 신양해수욕장을 신양섭치코지해변으로, 표선해수욕장을 표선해비치해변으로 개명하는 등 6개 해수욕장 이름을 ‘해변’이란 이름으로 바꿔버렸다. 지난해 개명한 것까지 모두 9개 해수욕장을 ‘해변’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말과 당나귀를 분간 못한 처사다.

‘해변’과 ‘해수욕장’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해수욕장은 해변이지만 모든 해변이 공식적인 해수욕장이 될 수는 없다. 전통적, 정서적으로 판이하다. 괴팍스럽게 ‘해변’이란 명칭으로 둔갑시킨 ‘해수욕장’ 이름을 본래대로 되돌려 놓는 게 백번 좋다. ‘해수욕장’을 ‘해변’으로 변조하는 것을 막아낸 김녕 해수욕장과 협재 해수욕장 인근 주민들에게는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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