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권자 눈치만 살피는 公約-정책
[사설] 유권자 눈치만 살피는 公約-정책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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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 제주도지사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과 정책들이 유권자 눈치 보기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보고 듣는 쪽이 도리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특히 도지사 후보들의 유권자 눈치 보기는 현재 도민들 간에 찬-반이 격렬한 사안일수록 더욱 심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강정해군기지에 대한 각 후보들의 공약이다. 이에 관한한 어느 후보를 막론하고 “6.2 지방선거 이후 재논의 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이것을 강정해군기지에 대한 공약이라고 내 세우고 있으니 한심할 뿐이다. 후보들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세월이 멈추지 않은 한 해군기지 문제는 지방선거 뒤로 넘어 가게 돼 있다.

한가히 놀고 있어도 지방선거가 지나면 찬성이니, 반대니, 혹은 백지화 하자느니, 계획대로 추진하자느니 하면서 논쟁이 재연될 것이다. 설사 당선된 신임 도지사가 아무리 가만히 앉아 있으려 해도 봇물 터지듯 하는 해군기지 재논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가 없을 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흘러가는 강물을 가리키며 “내가 도지사가 되면 이 강물을 흐르게 만들겠다”는 식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도 아닌 허약(虛約)일 뿐이다.

진정한 도지사 후보들에게는, 그리고 진실로 도민을 위해 일하려는 도지사 후보들에게는 강정해군기지에 대한 선거 공약이 단 두 가지 중 한 가지뿐이다. 그 하나는 “강정해군기지는 결코 안 된다.

꼭 백지화 시키겠다”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강정해군기지는 국책사업이요, 국방과 제주도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므로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선거후 재논의”라는 공약은 도지사 후보로서의 철학도, 의지도, 소신조차도 없는, 살살 유권자 눈치나 살피는 속이기 술수에 다름 아니다.

유권자 눈치 보기는 해군기지 공약만이 아니다. 역시 찬-반이 맞서 있는 영리병원도 어떤 후보는 유보입장이다. “하겠다”든, “안 하겠다”든 아무런 방향제시가 없다.

렁이 담 넘기 식이다. 관광객 카지노-한라산 케이블카도 마찬가지다. “입장 유보” “조건부 찬성” “판단 유보”등의 애매모호한 수사를 쓰고 있다. 제주도민 눈치 보기가 극에 달해 있다.

세 도지사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제시를 자세히 뜯어보면 도지사로서의 자질과 철학, 소신이 엿보인다. 유권자들은 이를 면밀히 분석해서 선량(選良)을 실수 없이 선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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