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칼럼] ‘기초자치 부활’ 공약의 경우
[김덕남 칼럼] ‘기초자치 부활’ 공약의 경우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인은 생리적 거짓말쟁이

“대통령이 되면 결혼 수당으로 한 쌍에게 1억원씩, 출산수당으로 3천만원씩 지급하겠다.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한 사람당 월 70만원, 노부부인 경우 월 140만원씩 주겠다”. 2007년 대통령 선거당시 어느 후보의 선거공약(公約) 중 일부다.

허경영(경제공화당 총재). 그는 이러한 ‘황당 공약’으로 ‘허경영 신드롬’을 낳았었다.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염증과 황당 공약이 갖다 주는 잠깐의 카타르시스가 만들어낸 신드롬이었다. 정치인의 거짓말이나 포퓰리즘 공약(空約)을 이야기 할 때 인용되는 대표적 사례다.

흔히들 정치인은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거짓말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예산확보방안이나 실현 가능성 등 진지한 고민 없이 장밋빛 공약을 남발해 놓고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오리발 내밀기 일쑤여서 그렇다.

그래서 ‘정치인은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놓겠다고 하는 사람들’라고 했다. 구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후르시초프’의 말이다. 이는 오늘날에도 청치 권을 겨냥한 유효한 촌철(寸鐵)이다.

역사학자 ‘윌 듀랜트’도 “생리적으로 거짓말을 못하는 도덕군자는 정치인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뒤집어 말하면 “정치인은 생리적으로 거짓말을 하도록 타고 난 사람”이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실현 가능성 제로‘ 공약 남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에서도 거짓말 정치가 춤을 추고 있다. 수천억원, 수조원이 소요될 공약이 수도꼭지 틀 듯 콸콸 쏟아져 나온다. 현란한 장밋빛 공약, 뜬구름 잡는 황당 공약, 뒷감당 없는 뻥튀기 공약이 펑펑 튕겨져 나오고 있다.

머리를 짜낸 정책공약들도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 제로’에 가까운 것들이다. 앞뒤 재어보지도 않고 대중 영합주의에 편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자치단체 부활 공약’만 봐도 그렇다. 이는 이미 4년 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전제로 정리됐던 문제다. 당시 격렬한 도민적 찬·반 토론과 찬·반 도민투표 결과에 따라 기초자치단체가 폐지 됐던 것이다. 사실상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의 전제가 기초자치단체 폐지였다.

그런데도 기초자치단체를 부활시키겠다고 한다. 이는 특별자치도 시행 4년 만에 제주특별자치도를 반납하겠다는 소리나 같다. 제주특별자치도를 부정하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 부활의 논점도 그렇다. ‘기초단체장은 직선, 기초의회는 도의회 지역특별위원회 구성’이라는 희한한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거론되고 있다.

독선적 제왕적 도지사 권한을 축소시키겠다면서 독선적 제왕적 시장자리 두 개를 더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만저만한 자가당착(自家撞着)이 아닐 수 없다.

광역도지사 1명에 직선 기초단체 시장 둘, 꼬리하나에 머리 셋 달린 그리스 신화의 괴물, ‘케로베로스’같은 기초자치단체가 그려지는 대목이다. 어떻게 기초의회가 없는 직선시장체제를 진정한 의미의 기초자치 부활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불량공약ㆍ 불량후보 골라내야

백번양보해도 그렇다. 기초자치 부활은 도민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치열한 토론을 거친 도민의견 수렴과 찬·반 도민 투표가 필요하다. 4년 전 기초자치단체 폐지 때처럼 또다시 엄청난 지역 갈등과 도민사회 여론 분열이 불가피하다. 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이 뿐이 아니다. 제주특별법을 고치기 위해 국회상임위 의결을 거쳐 국회본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의 전폭적 지지와 지원은 필수적이다. 도지사능력의 한계 밖 영역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야는 지난 4월, 2014년 시행 목표로 시·군·구 일부를 통폐합 해 광역화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방행정개편의 기본방향에 합의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러한 지방행정개편 정책방향의 시범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이러한 지방행정 개편 방향을 거슬러 역주행 하겠다는 것이다. 돈키호테식 무모함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고 안쓰럽다.

기초자치단체의 순기능과 민주적 가치를 몰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다만 실현 가능성도 판단하지 못하고 표만 얻으면 그만이라는 포퓰리즘 공약의 허구성을 말하기 위함이다. 기초자치단체 부활공약보다는 도의 기능과 권한을 읍면동에 대폭 이양하는 읍면동 기능강화 주민자치 확대공약이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인의 거짓말 공약을 연구했던 영국 정치학자 ‘글렌 뉴’ 교수는 “정치인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것은 유권자”라고 했다. 허황된 불량 공약에 넘어가 불량후보에 투표하기 때문이다. 선거는 불량공약·불량후보를 골라내는 작업이다. 이번 선거에서 도민들이 거듭 거듭 되새기고 판단해야 할 일이다.

김  덕  남
주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