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FMD)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등의 악성가축전염병의 감염·확산의 주범이 사람이나 차량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병원체인 바이러스를 묻혀 어떠한 방법으로든 물리적인 요인에 의해서 전염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악성가축전염병 모두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과학자들에 의거 밝혀진 역학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감염된 가축이 이동하여 그 무리 속에 들어갔을 때 가장 확실한 감염방법이고 다음은 각종 직·간접적인 접촉감염이라 할 수 있다. 감염원인을 찾아내는 역학조사 과정에서도 남몰래 출입한 사실이 있다든지 하는 단서가 될 말한 그런 명백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2008년도 전국적인 AI발생시 전염요인의 주범도 토종닭을 공급·운반하는 차량이었고, 금년 초 포천에서 발생한 구제역도 다수의 농장을 다니는 사람이나 차량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그동안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도가 가지고 있는 특별법에 의거 가축이나 그 생산부산물에 대한 반입금지 조치만 취해 오던 것을 뭍으로 나가는 우제류가축에 대해서까지 반출금지조치를 취했다.
물론 그 반출차량이 도내를 들어오면서 병원체를 묻혀 올 수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인 차단조치인 것이다.
이웃 일본의 발생농가에 대한 살처분과는 달리 우리나라가 취하고 있는 발생농가는 물론 3km 인접 농장축까지 예방적 살처분 조치 등 초강도의 방역정책 때문에 OIE(세계동물보건기구)에서도 한국의 방역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모범적인 청정화 국가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코 여기서 간과하고 안주해서는 아니 되는 이유가 가축방역 사각지대의 비밀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가축 등 운송차량을 소독하는 소독시설을 갖추고 소독실시기록부를 비치·기록하면 된다. 바로 이런 요식행위 때문에 방역의 사각지대가 도사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독은 반드시 해야 하는데 그러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지키느냐가 관건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농장에 소독시설이 있어도 가동이 안 되고 고장이 나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아예 가축 등 운송차량에 고압분무기가 장착돼야 하고 최소한 등에 지고 분무할 수 있는 소독기는 싣고 다녀야 한다. 운전자 발판소독도 꼭 해줘야 한다.
대단히 불편하고 어려운 것 같지만 이것만은 확실하게 법제화해서 의무화해야 할 부분이다. 축산농가가 면허제로 가야하느니 등록 인·허가제로 가야하는 등의 논의 이전에 소독시설을 갖추지 않고서, 소독을 하지 않고서도 축산업을 기어이 영위해야 하는가 말이다.
따라서 국가가 이러한 규정을 강화하는 것은 다른 관련 부처의 찬반이 있을 수도 없다. 농가는 질병예방의 책임과 의무사항 이행은 너무나 당연하고, 차량운전자 또한 질병을 옮기면서라도 돈을 벌려는 양심은 추호도 용서가 안 된다. 제대로 만들어진 규정에 틀림없이 이행하는 양심이 우선돼야 하는 핵심키워드다.
이 성 래
제주특별자치도 가축방역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