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라산 ‘둘레길’ 再考하는 게 좋다
[사설] 한라산 ‘둘레길’ 再考하는 게 좋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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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해발 600~800m의 한라산 중허리를 한 바퀴 도는 이른바 ‘둘레길’을 조성할 모양이다. 아마도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듯하다.

현재 계획 중인 한라산‘둘레길’ 코스는 80km에 이르지만 국립공원 지구는 아니다. 거의 국유림 지대다. 그리고 새 길을 만드는 게 아니다. 기존 임도(林道)와 표고버섯 운송로, 일제 때 만들어진 병참로 등을 서로 연결해서 활용할 방침이다.

이는 ‘둘레길’ 조성으로 인한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우리는 원칙적으로 ‘둘레길’ 조성에 찬성하지 않는다. 머지 않는 장래에 필연코 한라산 중허리가 엄청나게 파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레길’은, 이용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올레길’에서 착안 한 것 같다. 그래서 ‘둘레길’이나 ‘올레길’은 이름만 다를 뿐 동전의 앞뒤만큼도 차이가 없다.

 사실 ‘올레길’만 해도 세월이 흐르면서 감성(感性)에 너무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심지어 곶자왈 속으로까지 코스가 침투해 들어가는 것은 ‘올레길’의 당초 취지에서 일탈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한라산이 지금처럼 훼손된 원인이 어디 있는가. 천재지변이나 상전(桑田)이 벽해(碧海) 될 대규모 인위적 개발공사에 있지 않았다. 4.3사건 이후 입산금지(入山禁止)가 해제되면서 개설된 5개 등산로에 있었다.

다시 말해 등산로를 이용하는 사람의 발바닥과 손바닥에 있었다. 5대 등산로 중 하나인 돈내코 코스가 장기간의 휴식년에 들어갔던 사례가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작은 허물이 난치(難治)의 큰 허물이 되어 중증환자가 된 격이었다.

한라산 ‘둘레길’이라 해서 등산로와 다르지 않다. 국내외 ‘걸음꾼’들이 해마다 수10만 명씩 몰려든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10여년까지는 괜찮을지 모른다. 하지만 20여년이 흐른 다음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임이 분명하다.

지금 한라산을 포함한 제주도의 산야는 자동차길 말고도 각종 길이 바둑판처럼 종횡으로 나 있으면서 자연 자원을 위협하고 있다. 종으로는 한라산 등산로가 곳곳에 뻗어 있다.

횡으로는 올레길이 있고, 곳곳에 옛 길도 있으며, 또 둘레길이 기다리고 있다. 그 위로 떼를 지어 사람들이 걸을 것이고 그들의 발바닥과 손바닥은 자연에 독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직 계획 단계에 있는 둘레길을 반대한다. 당국은 재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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