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잘사는 삶의 공식(公式)
[세평시평] 잘사는 삶의 공식(公式)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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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잘사는 것일까? 어떤 사람은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하며, 어떤 사람은 출세를 하여 높은 지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권력을 가져서 많은 사람을 복종시키고 지배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기도 한다.

세상에서 잘사는 것도 마음대로 될 수 없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제일 잘사는 가치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도 천차만별(千差萬別)이다. 불교인이라면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이고. 기독교인라면 하나님의 말씀대로, 유교인 이라면 공자님의 말씀대로 도덕적인 삶을 최고의 가치로 여길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삶이 최고의 가치라는 것에 대한 정답은 없다. 그런데 얼마 전에 미국의 시사 월간지 ‘어틀랜틱 먼슬리’ 최신호에서 “잘사는 삶의 공식”이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보도 했다. <naver 조지베일런트> 내용은 미국 최고 엘리트들의 인생 역정 72년을 추적 조사한 것이다.

1937년 당시 하버드대 2학년생 중에서도 수재로 꼽힌 268명을 선발, 오늘날까지 정기적인 인터뷰와 설문을 통해 대상자의 신체적·정신적 성장과 변화를 체크해온 ‘세기적 연구 파일‘을 공개했다. 조사를 주관한 하버드대 의대 조지 베일런트 교수의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고 낯익다. 결론 내용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이라는 것이다.

특정 개인의 일생을 장기적으로 추적한 시계열(時系列) 연구의 최고봉으로 불릴 만한 이 연구는 대공황 직후 하버드대 의대 알리 복 교수가 주도하고 생리학 약학 인류학 심리학 분야의 최고 두뇌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결과는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랐다.

 故 존 F 케네디 미국 전 대통령처럼 총명하고 배경 좋고 야심만만했던 이들의 출발은 화려했지만 50세도 안 돼 인생 3분의 1이 질병과 가정파탄을 겪는 등 생애는 순탄하지 못했고 되레 평범했던 사람이 가정과 직업, 건강에서 성공적인 삶을 산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엘리트라는 것은 껍데기 밑에 고통 받는 심장만이 있었다.”고 발표 했다.이 결과에 따라 ‘행복하게 늙어가는 데 필요한 7가지”로 추려서 발표한 것은 별 것도 아니다. 첫째는 고통에 적응하는 성숙한 자세였고, 교육ㆍ안정적 결혼ㆍ금연ㆍ금주ㆍ운동ㆍ체중 조절이었다.

1967년부터 연구를 진행해온 베일런트 교수는 “어떠한 데이터로도 밝혀낼 수 없는 극적인 주파수를 발산하는 것이 삶”이라며 성공적인 노후로 이끄는 열쇠는 지성이나 계급이 아니라 사회적 적응, 즉 인간관계라는 것이다. 노장(老莊)사상에 친숙한 동양인에게는 그저 그런 얘기인 것 같은데 서양 사람들에겐 ‘도스토예브스키의 상상력’에 버금가는 아주 큰 감동적인 연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행복관계의 산물이라는 관점에서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프레임’을 쓴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일찍이 삶에서 중요한 것은 `어디(귀천, 지위고하)`와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와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삶의 만족을 누리는 사람들 주변에는 거의 예외 없이 긴밀한 관계인 그 ‘누구’가 있다고 한다. 최근 한국의 직장인들도 평균 82명의 인맥을 갖고 있고 나이 40을 넘기면 인맥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시대의 우울과 근심이 짙은 이 시기에 우리 모두 잘 사는 삶을 위한 공식이 뭔지 한 번쯤 자문자답해 보는 것도 자신의 삶에 큰 의미가 될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삶에 가치를 추구한다. 그러나 우리들의 일관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바른 선택과 자신을 삶을 중심 가치에 놓고 사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자신의 중심 가치를 놓치지 않은 사람들에게 무한한 신뢰와 존경을 보낸다고 한다.<삶의 가치, 윤창율저> 우리는 자신의 중심 가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물고기는 자신을 보지 못한다. 우리는 물고기 같이 타인의 시각만 의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에게 선한 사람으로, 실력 있는 사람으로,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삶은 아무리 매력 있고 세련되게 산다고 할지라도 세상 사람들은 다 안다. 미화된 언어나 진주를 꿴 듯 아름답게 포장된 ‘말’처럼 가증스러운 것이 없다는 것을 안다.

진정한 시(詩)에는 가식이 없다는 것도 안다. 세상 사람들은 왁스를 칠한 마루와 헝클어진 머리와 거친 손이 있다는 것도 알며, 뻔뻔스러운 희생자도 있고, 불행한 영웅도 있으며, 훌륭한 바보도 있고, 경박한 아름다움도 있다는 것을 안다.

세상 사람들은 강아지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들에 피는 꽃도 있고, 무덤위에 피는 꽃도 있다는 것을 안다. 삶 속에 시(詩)가 있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삶에는 잘사는 공식이 너무나 중요한 것이다.

김  찬  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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