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감귤산업은 이제 감귤선진국인 일본이란 변수도 감안해야 할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내년 중 한ㆍ일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유력시되고 되고 있는 가운데 관세철폐 등 양국 감귤의 시장제한도 서서히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제주와 일본산 감귤은 지리적 근접성, 재배품종의 유사성 등으로 직접 대체관계가 일어날 수 있는 특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국 감귤시장개방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제주 감귤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대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선과장 현대화=자연조건에 의한 품질차이를 배제했을 때 제주와 일본 감귤산업의 경쟁력 차이는 선과장시설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경우 등급화된 표준규격품이 아니면 시장에 출하할 수 없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광센서를 갖춘 선과기 때문이다.
첨단 광센서가 부착된 선과기로 당도와 산도, 색택까지 검사하면서 품질이 떨어지는 감귤이 선과장 단계에서 원천봉쇄하고 있다. 이처럼 감귤 가격결정에 가장 중요한 변수인 ‘품질’이 선과단계에서 객관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농가들이 품질 좋은 감귤생산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체제다, 한마디로 선과장의 첨단화를 통해 고품질감귤 생산 및 유통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일본에서 ‘감귤완숙 후 수확’이 정착된 것도 선과시스템을 통해 농가인식을 자연스레 변화시킨 것이다.
이는 제주에서 고품질감귤 출하를 위해 유통명령이란 제도를 한시적으로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되는 점이다.
따라서 제주 감귤산업 회생의 열쇠도 선과장 현대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폐원이나 간벌 등 생산조절사업보다는 선과장 현대화가 ‘품질의 균일화’ 등 제주 감귤산업 경쟁력 제고에 가장 유용한 수단으로 판단된다.
▽품질개선=일본 감귤은 제주산보다 품질 면에서 우위에 있는 게 사실이다. 이는 그러나 품종이나 재배기술보다는 자연조건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토질은 사토인데다 감귤원이 주로 계단식 비탈에 위치, ‘물 빠짐’이 좋고 햇빛을 골고루 받으면서 당도가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자연조건 말고도 일본에서 감귤원에 방풍수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감귤나무도 작업의 용이성을 고려 ‘키 낮은 재배’가 일반화되는 등 햇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따라서 제주에서도 당장은 감귤품질 경쟁력 제고를 위해 밀식재배를 지양하고 방풍수를 정리하는 등 과수원 체제정비를 서둘러야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왁스코팅=제주도는 지난 7월 ‘도감귤생산및유통에관한조례’ 개정을 통해 수출을 제외한 감귤에 왁스 등 과일표면 피막제의 사용을 일체 금지시켰다. 왁스코팅이 소비자들의 불만사항인 감귤 부패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왁스코팅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한 현실을 감안,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둬 금지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키로 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감귤에 대한 왁스처리 여부를 시장자율에 맡기고 있었다. 왁스코팅이 감귤 ‘맛의 변화’에 영향을 주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감귤 부패와 방지하고, 보존기간도 더 길게 한다는 것이다.
같은 왁스코팅 처리인데 감귤 부패에 다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건조방식 차이 때문이다. 왁스코팅 시 일본에서는 100% 송풍식으로 건조시키는 반면 제주에서는 70% 이상이 화염열풍식이다. 그런데 화염열풍건조기의 온도는 중심이 208℃, 주변이 142℃. 이런 온도로 열처리된 감귤이 냉장 시스템이 안 된 콘테이너에 적재돼 장시간 운송하면서 부패과 발생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왁스코팅 금지를 법제화해 전면금지하기보다는 건조방식 개선을 통해 감귤부패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