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주도민들이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사설] 제주도민들이 얼굴을 들 수가 없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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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현명관 제주도지사 예비후보의 공천을 박탈했다. 그리고 이번 6·2지방선거에서 제주에는 도지사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기상천외의 일이다. 이는 제주도 선거 사에도 없는 일이며 더 나아가 한국 선거사는 물론 한국의 정당사에도 없는 일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현명관 예비후보 동생의 금품살포 기도 혐의가 뼈아팠을 것이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과거 ‘차떼기 당’이라는 오명이 되 살아날까 봐서 겁도 났을 것이다.

그래서 수도권 등 다른 지방 선거에 미칠 영향을 염려해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전격적으로 ‘공천 박탈’ ‘후속 후보 불 공천’이라는 극약 처방을 했을 터이다. 어쨌거나 한나라당으로서는 크게 창피한 일이다.

물론 이에 대한 상응한 전략을 내부적으로 은밀하게 짜고 있겠지만 군소 정당에서도 상징적으로 내세우는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를 대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내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아무리 내부적으로 은밀한 대응책을 세웠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일개 정당의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제주도에 있다. 이번 현명관 예비 후보의 공천 박탈은 한나라당의 창피 이전에 현명관 후보 자신의 불행이요, 제주도와 제주도민의 창피다.

 솔직하게 과거를 되돌아보자. 유신-5공 정권에서 말살됐던 지방자치제가 부활 되자 우리는 얼마나 좋아했던가. 그동안 도민들은 여러 도지사를 우리 손으로 뽑는 즐거움을 누렸다. 하지만 그 결과는 엉망이었다.

어느 민선 지사랄 것 없이 모두가 부조리에 연루되어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도중하차했거나 기소돼 법정에 서는 불명예의 연속이었다.

그 때만 해도 양식 있는 도민들은 부끄럽고 또 부끄러워했다. 이러한 마당에 이번에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상위권을 달리던 유력 후보가 동생의 금품 살포기도 혐의와 관련 공천이 박탈되는 수모를 당했다.

도민들이 얼굴을 들 수가 없게 되었다. 당선된 도지사들은 그들대로, 선거를 앞둔 유력 후보들은 또 그들대로 각종 부도덕성으로 말썽을 부리고 있으니 다른 지방에 가서 제주도민이라고 말하기가 매우 난감하다.

이러한 책임이 꼭 당사자에게만 있고 유권자에게는 없는 것인가. 오는 6·2선거에서는 도민들이 숙인 고개를 떳떳이 들 수 있도록 유권자들이 제 역할을 다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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