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일곱에 아버지를 여의었습니다.
또한 아버지 역할까지 떠안으셔야 했던 어머니도 일찍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어버이날을 맞이해도 모실 부모님이 안계십니다.
세월이 흐르다 보면 기억도 희미해질 법도 하지만,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은 인이 박히듯 더 강렬해지고 커져갑니다.
저의 손을 부여잡고 놓지 않으시던 부모님의 온기를 잊고 싶지 않았습니다.
허리가 휘면서도 모든 것으로 저를 지켜주신 어머니의 희생을 감히 소홀히 여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불교에 보면 낳으실 때 수고하시고, 쓴 것은 삼키시고 단 것은 뱉어 먹이시고, 마른자리 아이 누이고 젖은 자리 누우시고, 끝없는 자식사랑으로 애태우시는 게 부모님이라 하였습니다. 종교를 떠나 모든 부모님의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그 깊은 은덕은 갚아도 갚아도 다 채울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 제주가 이만큼 발전하고, 우리가 지독한 가난을 벗게 되기까지 부모님들이 또한 우리 어르신들이 얼마나 갖은 고생을 했는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자신에게는 한푼 쓰기도 아까워하면서 자식위해 아낌없이 쓰고, 가정과 우리 제주를 보다 잘살게 만들겠다고 애써오신 우리 부모님, 어르신들이십니다.
저도 돌아보니 벌써 일흔 가까워졌습니다.
이 나이에도 살아계시는 동안 부모님께 조금의 보은도 못해드린 것이 사무칩니다.
자식한테 쓰는 마음의 반의 반 만이라도 좋습니다.
노부모 봉양에 대한 책임의식이 날로 낮아지는 시대라고 하더라도 아름다운 효를 다시 생각하는 가정의 달 어버이날을 되새겨봅니다.
가까운 친척이나 이웃 어르신께 해도 부모님께 하는 도리나 다 같습니다.
그동안 우리를 위해 인생의 모두를 희생해오신 부모님과 어르신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효과 넘치는 아름답고 따뜻한 제주를 기원합니다.
김 태 환
제주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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