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우리제주에는 ‘밭떼기’라는 것이 있다. 감귤이나 농작물이 다 상품이 되기 전에 밭 체로 사고파는 것이다. 밭떼기는 농부나 바이어 중 한사람이라도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면 흥정은 성사 되지 않는다.
농작물이 다 자라서 상품이 되는 것은 미래라서 그때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농부는 나중에 가격이 떨어질지 모르므로 미리 적정한 가격에, 적정한 시기에 파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바이어는 나중에 가격이 폭등하거나 모자랄 수 있으니까 미리 적정한 시기에 사는 게 유리하니까 거래가 이뤄진다. 어느 해에는 농부가 시장 가격보다 높게 팔고, 어떤 해에는 싸게 팔 것이다. 양쪽 다 일부 위험은 감수하지만, 그 대신 자신들에게 유리한 점이 있으니 밭떼기거래는 이뤄진다.
이런 밭떼기는 요즘 지방선거에 입후보한 예비 도지사 후보들의 행정시장 러닝메이트(running mate)협의가 꼭 밭떼기 거래 같아서 하는 말이다. 당선 기간이 남았으므로 농작물이 다 자란 것은 아닌데도 미래의 당선된 후 권한을 미리 현제에 판매하여 이익을 보겠다는 것 같고, 또한 러닝메이트 자신도 미래보다 현제에 거래하는 것이 유리하므로 합의 계약을 하는 것 같다. 헛소문인지 모르지만 지방공기업사장, 도 단위 단체장 등의 직위를 미리 거래하는 ‘밭떼기’가 한창이라는 소문이다. 물론 헛소문일 수 있다.
그리고 선거란 한 사람영웅에 의한 ‘독불장군의 게임’은 아니다. 정치관과 시대정신의 같은 사람끼리 팀플레이를 하는 건 맞다. 정치란 지방정치나 중앙정치나 후보 한 사람만 가로 뛰고 세로 뛰는 ‘원맨쇼’로는 공조직 뿐 아니라 어떤 조직이나 단체도 잘 굴러 갈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선도 되기 전에 도 단위 최고노란 자리(행정시장, 지방공사, 단체장 등)를 전리품 나누는 식으로 선거헤게모니를 거래 하는 것은 어떻게 봐도 유권자들의 기분을 슬프게 하는 것들이다. 이건 장사꾼들의 하는 밭떼기 거래다.
이런 소문의 사실이라면 어떤 유권자도 그 도지사후보를 좋게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신선하고 매력이 있는 후보자라면 당선 후 전리품인 인사권을 양보하고 부득 할 경우에도 투명한 인사를 하겠다는 공약을 해야 한다. 이게 지금의 시대정신이다.
지금까지는 ‘제 눈에 안경’식으로 당선자의 ‘코드인사’가 관례라고 하더라도 다음부터는 새로워져야하고 달라져야한다.
왜냐하면 지금은 세상 돌아가는 것을 주민들의 꿰차는 세상이다. 단체장을 출세했다고 존경과 경의만으로 축하하던 산 너머 콩밭에 김매던 옛 시대가 아니다.
더구나 제주지역은 예로부터 귀 소문 입소문으로 삶을 지키는 지역이다. 정도에 맞지 않고 편파적인 단체장인사는 갈등과 대립을 키우는 여론을 필히 만든다. 이게 우리지역의 대다수 서민중산층의 정서다. 그래서 제주서민들은 좁쌀이라는 닉네임이 있다.
이번에 우리가 선택할 도지사는 당선도 되기 전에 매관매직하는 도지사만은 체크해서 투표해야한다. 공자가 논어(論語)<동양의 지혜, 홍성국역, 고려원>에서 말하는 정치 지도자 상이다.
공자(孔子)가 한 제자를 가리켜 임금으로서 나라를 다스릴만한 재목(材木)이라고 칭찬했다. 천명(天命)을 받아야 임금의 자리에 오른다고 했던 그 시절로서는 놀랄만한 발언이다. 3000명의 공자제자 가운데 스승한테서 이런 칭찬을 받은 유일한 인물이 중궁(仲弓)이다. 공자는 임금이 될 만한 중궁이 자질(資質)로서는 “아랫사람을 부릴 때는 귀한 손님 대하듯 하고, 자기 노여움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고, 다른 사람에 대한 원한을 오래 가슴에 품지 않고, 다른 사람이 과거에 지은 죄는 마음에서 흘러 버릴 줄 아는 성품”을 들었다. “궁중은 말이 서툴지 않으냐”는 다른 제자들의 지적을 공자는 “말재간을 어디에다 쓰겠는 가”라는 꾸중으로 막아 버렸다.
공자는 임금 다음으로 나라의 큰 재목이 될 제자로는 자로(子路)를 꼽고 “자로는 좋은 말을 들으면 반드시 실천하고, 남들의 잘못을 지적하면 싫어하지 않고 그 잘못을 반드시 고친다.” 고 했다.
다음에 공자가 “썩은 나무에는 조각을 새길 수 없다”며 절대 나라의 일을 맡겨서는 안 될 사람으로 지목한 제자가 재여(宰予)다. 공자는 제자 가운데 언변(言辯)이 가장 능란한 재여를 두고 “사람을 판단 할 때만 말을 믿지 말고 행동까지 지켜보고 나서 그 사람의 말을 믿으라고 했다.”
그러나 훗날 재여는 나라를 망치고 자신도 비명(非命)에 갔다. 2500년 전 시절과 지금의 정치원리(原理)는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이다. 썩은 나무에 어울리지 않은 조각을 새긴다는 공자의 말은 한번 잘못된 인사가 나라를 크게 어지럽히고 만다는 원리다. 제 눈에 안경으로 ‘밭떼기’ 러닝메이트거래도 지역을 어지럽히고 만다는 공자의 정치 원리와 꼭 같은 같아서 하는 말이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