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 정치'
'불도저 정치'
  • 김덕남 대기자
  • 승인 2004.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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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bulldozer)는 토목기계다. 흙을 밀어내거나 산을 깎아 땅을 고르는데 주로 쓰인다. 산이나 땅을 깎아 밀어붙이는 불도저의 거대한 힘은 토지조성을 하는데 제격이다.
불도저의 어원은 불(bull)이라는 단어에서 유례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교도소에서 사용됐던 죄수들간의 은어였다.

채찍으로 죄수들을 때리며 괴롭히는 교도관을 그렇게 불렀다.
이것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불도즈(bulldoze)로 사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속어로 '불(bull)'은 교도관을 뜻하고 '불도즈'는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거나 때리며 괴롭힌다는 뜻이다.
0 한때 미국에서는 선거 때 채찍으로 흑인들을 협박하여 투표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불도즈'라 했다.

이같이 채찍과 협박으로 사람의 마음을 바꾸게 하는 것 처럼 힘으로 땅의 모양을 바꾸는 기계가 발명되자 그 기계 이름을 '불도저(bulldozer)'라 했다는 것이다.
불도저는 그래서 어거지로 밀어붙이거나 우격다짐으로 남을 괴롭힌다는 늬앙스를 풍긴다.
거세 되지 않는 황소를 불(bull)이라 부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수나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정치행태를 '불도저 식' 또는 '불도저 적'이라고 인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요즘 우리 정치 상황이 이렇다. 이같이 막무가내인 불도저 식 정치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득의 순리 보다는 수의 논리나 힘의 논리에만 의존하는 정치가 바로 '불도저 식 정치'다.
0 집권 여당인 열린 우리당이 소위 '4대 쟁점 법안'을 연내에 처리하겠다는 것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다 열린우리당 평당원 그룹의 4대 법안 등 정치적 사안에 대한 돌격대적 밀어붙이기가 합세하고 있다. 섬뜩한 '완장문화'를 보는 것 같아 모골이 송연하다.
이같은 불도저식 행태는 국민의 뜻과는 거리가 멀다. 국민의 뜻은 여야 합의에 의한 법안 처리다.
지금 여당이 강행처리 방침을 내세우고 있는 4대법안은 당장 시급한 민생과 추락하는 나라경제 보다 우선 순위일 수가 없다.

당장 시간이 걸린다고 나라가 결딴나는 중대한 법안도 아니다.
정부 여당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치는 백성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백성의 고통은 아랑곳없이 지지세력의 눈치만 보며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려는 정부여당은 도대체 어느나라에 속해 있는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민심을 따르지 않는 참여는 이미 참여일수가 없다. 이는 참여의 이름으로 진행하는 독선이며 독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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