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제주에 어울리고, 제주가 원하는 옥외광고물의 모습
[나의 생각] 제주에 어울리고, 제주가 원하는 옥외광고물의 모습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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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느끼는 제주의 광고물들은 아름다운가?” 라는 비판적 질문과 함께 옥외광고물 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꼈던 나의 느낌과 생각들, 그리고 제주가 원하는 광고물의 모습을 이 글을 통하여 제시해 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옥외광고물들은 도시의 미관을 해치기로 유명해 왔다. 우리 제주의 경우도 현실은 마찬가지이다. 어느 건물이나 울긋불긋한 총 천연색 광고로 가득하다.

또한 수량초과 또는 설치장소 위반 등 ‘남보다 크면, 남보다 화려하면 잘 보이겠지?’라는 광고주의 그릇된 의식으로 인하여 규정 또한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광고물은 도시의 수준을 드러내는 척도이며, 총량적으로 볼 때 간판은 도시의 지배적인 시각 환경 요소라는 점에서 옥외광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고, 여러 지자체가 오래 전부터 거리의 광고물을 바꾸려는 노력을 펼쳐온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우리 제주의 광고물 설치 문화 중 가장 잘못된 인식은 바로 판류형간판 지향적인 설치 풍토이다. 이는 자신의 점포와 광고물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넓은 면적의 판형 간판이 유리하다는 초보적인 사고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덕지덕지 붙은 판류형 간판으로 인해 낮에는 건물이 보이지 않고, 밤에는 그 넓은 간판의 내부에 형광등을 설치해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할 뿐 아니라 형형색색의 빛을 발광하여 행인과 운전자의 시각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큐슈예술공과대학 사토 마사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보도를 걸어가는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한 곳을 응시하는 시간은 평균 0.3초, 그 순간 사람의 뇌가 기억하는 정보량은 15글자를 넘지 못하며 시선이 미칠 수 있는 범위는 지면으로부터 높이 10m 이내라고 한다.

 이는 건축물의 3층 높이에 해당되며, 상호 외 여러 가지 문구가 들어 갈 경우 게시된 정보는 잘 인식되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제주에 설치된 상당수의 간판이 정보 전달 기능이 매우 약한 무용지물인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각 가게별로 광고물 수량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현 규정상 한 업소 당 2~3개를 초과할 수 없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업소별로 입간판과 현수막, 고정광고물 등 수량이 너무 많아 오히려 식별성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는 물론 서로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광고주의 경제적 부담만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앞으로 우리 제주의 광고 문화 향상을 위해서 나는 다음과 같은 바람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첫째는, 내 가게·내 업소의 간판일 뿐이란 사고에서 벗어나 “내 업소의 간판은 도시의 얼굴”이다. 라는 광고주의 의식 전환이고, 둘째는 “광고물은 건축물의 옷이며, 그 업소의 얼굴 이다”라는 사고이다.

 입을 옷을 구매할 때, 외출할 때 화장을 하듯 신중하게 광고물 디자인을 선정하고, 깨끗하게 관리하여 나간다면 업소의 느낌은 물론 주변 환경이 한 단계 향상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는 ‘채움’으로 일관했다면 앞으로는 ‘비움’의 문화로 나갔으면 한다. 현재 설치되어 있는 판류형 간판들을 입체형 글자로 바꾼다면 비로소 건물의 입면이 보이고 간판 디자인 과정부터 자연스럽게 입면과 어울리는 계획이 이뤄질 것이다. 또한 전반적인 간판 수량과 표기내용을 줄여 나간다면 간판의 인지도는 더 높아져 갈 것이다.

지금 서귀포시에서는 “불법 쓰레기, 불법 광고물, 불법 주·정차 없는 도시 만들기”라는 3無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고 있고, 우리 면에서도 사회단체와 함께 옥외광고물 의식 향상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 나가고 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제주의 광고 문화가 한 단계 더 성숙하길 바라며, 이 운동이 행정기관에서 선도하는 일회성이 아닌 주민 의식변화와 함께 도시가 바뀌는 모범적인 캠페인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그리고, 광고주와 광고업체 행정기관이 함께 노력하여 간판이 아름다운 도시, 간판들 간의 조화로부터 그것이 부착되는 건물, 커뮤니티, 나아가 도시 전체 미관이 향상되어 가는 제주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고  원  혁
서귀포시 표선면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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