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감귤유통=일본의 신선과일류 유통은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시장유통’과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는 ‘시장외 유통’으로 나눠진다. 그런데 도매시장 경유율은 1993년 72%에서 2001년 54%로 감소세에 있다. 이는 도매시장의 경매를 통해 분산되는 기능이 점차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향후 제주산 감귤의 도매시장 의존도 추이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유통 감귤의 경우 선과장에서 포장이 끝난 후 바로 컨베이어를 거쳐 자동으로 냉장차에 실려 24시간 이내에 소비지 공판장으로 운송되고 있었다. 그런 만큼 맛과 선도를 그래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매시장에 출하된 물량 중에 부패과는 많아야 상자당 1~2개라는 것. 감귤 포장상자는 10kg, 7.5kg, 5kg 등 소포장으로 이뤄지고 있다.
∇소비실태=일본의 소비자들은 감귤에 대한 선호가 여전하지만 일부 ‘젊은층’을 중심으로 소비기피 현상이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와 농가가 비용을 절반씩 부담, 초등학교 무료급식 등 학교급식을 통해 어릴 때부터 감귤 ‘맛’에 익숙하도록 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감귤규격에 대한 선호도와 관련, 일본 소비자들은 M, L 사이즈 등 중ㆍ대형감귤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감귤 크기 기준은 5등급(2L, L, M, S, 2S)이 일반적인데 M→L→S→2S→2L 등의 순서로 가격이 높게 매겨지고 있었다. 등급간 가격차는 약 10% 정도. 이는 소형과로 갈수록 당도가 높게 나는 제주산 감귤과는 달리 일본의 경우 감귤 크기에 관계없이 당도가 고르게 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왁스코팅=이번 일본 감귤취재에서 방문단이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본 사항은 왁스코팅(피막제) 시행여부이다. 도내에서 왁스코팅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한 만큼 일본의 실태를 파악, 가닥을 잡아나가는데 참조하기 위해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일본에서는 감귤에 대한 왁스코팅을 지역에 따라 달리하는 등 시장기능에 맡기고 있다. 다시 말해 ‘법제화’해서 일률적으로 금하는 게 아니라 시장의 요구에 따라 시행여부를 자율에 맡기고 있다.
와카야마 아리타농협 직영선과장에서는 10월까지 극조생에 한해 왁스코팅 처리하고 있었다. 시기적으로 기온이 높아 부패 방지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와카야마과수시험장 이와하시 연구원은 “왁스코팅은 대체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감귤에 대해 행해지고 있는데 일본 전체적으로는 5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왁스코팅이 감귤품질에 미치는 영향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반면 사가현 카라츠시 마츠라동부농협선과장에서는 연중 왁스코팅하고 있었다.
또 오이타현감귤시험장 키요시 연구부장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노지감귤의 50%, 하우스감귤의 20%에 대해 왁스코팅하고 있다. 하우스감귤의 왁스코팅 비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그는 “상대적으로 하우스감귤의 생산량이 적어 경쟁이 덜 치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왁스코팅이 품질차별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왁스코팅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키요시 부장은 왁스코팅의 효과에 대해 “‘맛’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보존기간이 길어지고, 부패 및 상처율을 낮게 한다”고 말하면서도 “냄새 등 안전성에 대한 불신 때문에 시장선호도가 안 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