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주에는 ‘올레 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 제주의 오솔 길에 ‘정낭 문’ 밖 ‘올레’란 이름을 완용(援用)한 올레 코스는 최근 걷기 운동 붐을 타고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잠자던 올레가 관광 상품으로 개발돼 수많은 내외 관광들을 불러들인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의가 깊다.
그러나 만사에는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 한계 말이다.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얘기다. 올레 걷기에 관광객이 몰리자 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우려의 목소리도 그래서 나온다.
올레 길이 지나친 인파를 몰고 올 경우 보호 돼야 할 곳들이 파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려한 대로 벌써부터 지역에 따라 기존 코스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레 코스가 곶자왈까지 관통하고 있다는 소식은 놀랍기까지 하다. 최근 한경면 저지 곶자왈이 새로운 올레 길인 14-1코스로 포함 되었다니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 같다.
이는 올레 길의 한계를 한참 건너뛴 것이다. 곶자왈은 전인미답(前人未踏) 상태로 있을 수록 좋다. 왜 곶자왈을 제주의 허파라 하는가. 생태계와 식생이 잘 보존되고 지하수의 주요 함양지어서 뿐이 아니다. 제주 산야 중 최고의 전인미답지(前人未踏地)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러한 곳에 가시넝쿨을 캐고 원시상태로 제멋대로 박히고 뒹구는 화산석들을 정리해 올레길을 낸다면 그것은 이미 곶자왈이 아니라 숲에 지나지 않는다.
곶자왈은 숲과 다르다. 잡목과, 가시넝쿨 등 갖가지 넝쿨과, 바위-잡석과 풀뿌리 나무뿌리가 한데 어우러져 헝크러진 머리처럼 뒤죽박죽이 된 채로 유규한 세월을 지나 온 곳이 곶자왈이다.
이러한 곳에 올레 길을 낸다는 것은 처녀성을 빼앗는 일에 다름 아니다. 한라산이 왜 파괴 되었는가. 그 시초가 등산로다. 이것이 관광로가 되면서 한라산에는 연간 수십만 명이 들끓고 있다.
그에 정비례해서 한라산도 멍들고 있다. 곶자왈에 올레 코스를 만든다면 그 꼴이 될 것이다. 곶자왈 올레 코스는 참으로 위험천만한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