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기상예보의 불확실성
[나의 생각] 기상예보의 불확실성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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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정확한 일기예보는 과연 가능한 일일까? 많은 사람들은 과학이 고도로 발전하면 일기예보는 100% 정확할 것이라고 기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기라는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유체를 다루는 대기과학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우리 인간생활의 입장에서 보면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완벽하게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욕심이 아닐 수 없다. 일기예보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일기예보는 정확해야 하지만 100% 완벽한 일기예보는 불가능하다. 예보기술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런 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원한다고 모든 것을 얻을 수 없는 세상의 이치와 같다.

20세기 중반,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츠(E. N. Lorenz)는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위치에 따른 압력과 온도와의 관계를 나타내는 방정식에 변수 값을 넣어 컴퓨터로 계산하던 중, 결과를 빨리 얻기 위해 소수점 몇 자리를 반올림 한 후 변수 값을 대입했는데, 이것이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을 발견하였다.

방정식의 비선형 항들이 소수점 이하의 작은 차이들을 제곱 혹은 세제곱 이상으로 증폭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즉 미래의 날씨를 예측하는 데에는 기본적인 법칙이 존재하긴 하지만 초기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항상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것이다. 광대한 자연으로부터 일부 표본을 떼어내어 자연의 흐름을 추정함으로서, 그 작은 비현실성이 증폭해 내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원초적으로 예측에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언제 어디에서 어느 만큼의 수증기가 모여 비구름이 만들어지고 집중호우가 쏟아질지 정확하게 알아낼 방법은 없다. 우리가 무엇을 잘 못해서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기상변화가 나타나는 지구대기는 대표적인 복잡계(界) 이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미시적인 대기의 흐름이 특정지역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기상현상을 증폭될 수 있는 곳이다. 현대과학으로 이러한 계(界) 내에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확률적인 가능성뿐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근원적인 과학의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변화무쌍한 날씨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더구나 우리나라는 날씨를 예측하기에 가장 어려운 환경조건을 갖추고 있다.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 대륙과 해양의 경계에 위치해 있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산악과 평야, 강과 호수 등 날씨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리적 · 지형적 특징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일기예보의 실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상청에서는 정확도 높은 예측자료와 경험, 과학적 이론과 지식을 바탕으로 일기예보의 불확실성을 줄여 나가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끊임없는 노력만이 일기예보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요구를 충족시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김  기  락
제주지방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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