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시판불허와 법적 문제
생수시판불허와 법적 문제
  • 김승석 논설위원
  • 승인 2004.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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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의 계열사인 한국항공주식회사의 옛 이름은 주식회사 제동흥산이다. 표선면 가시리 소재 제동목장에서 양질의 최고급 지하수를 뽑아서 한진그룹 계열사에 공급해왔다. 

 육지부로 제주생수(제주광천수)를 반출하는 것만 빼고, 도내 골프장 등지에서 지하수를 뽑아 자체 사용하는 것과 같이 한국항공이 생산한 제주생수를 계열사에 공급한다면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한국항공이 최근 지하수 개발 ㆍ이용기간연장 허가신청을 하면서 판매범위를 종전대로 계열사 공급에 한정하지 않고, 주한외국인 판매, 수출, 특급호텔 특화판매, 주문판매까지 대폭 확대해 주도록 요청했다.

 이에 대하여 제주도는 신중한 검토를 거쳐 불허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33조 제3항에 근거하여 제주도내에서는 먹는 샘물을 제조ㆍ 판매하는 영업허가를 해 줄 수 없다는 것이 제주도의 입장이다.

 지방공기업인 제주도지방개발공사가 생산한 삼다수, 한국항공이 생산한 제주생수 모두 먹는물관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먹는 샘물이다.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먹는물관리법에서는 먹는 샘물을 제조ㆍ판매하고자 하는 자는 환경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다만 먹는 샘물에 관하여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서 특별한 규정을 두어 지하수를 먹는 샘물로 제조ㆍ판매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시키되, 제주도지방개발공사만이 지하수의 보전과 관리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먹는 샘물을 제조ㆍ판매할 수 있도록 법적 허용을 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먹는 샘물, 즉 삼다수에 관한 한 제주도지방개발공사는 법률에 의한 독점기업이라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기업체가 제주도 내에서 먹는 샘물을 제조하기 위하여 먹는물관리법에서 정하는 환경부장관의 허가를 받았다 가정하더라도 특별법인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우선 적용되므로 먹는 샘물을 제조ㆍ판매할 수 없다.   

 그런데 한국항공이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의 지하수 관련규정을 잘 알고 있고, 또한 제주도가 생수시판허가신청을 불허할 것임을 예견하고 있으면서 자기들이 생산한 제주생수를 수출하거나 특화 판매하겠다고 요청한 저의(底意)는 무엇일까.

 한국항공이 한 달 3,000톤 규모의 제주생수를 제조하여 육지부에 있는 한진그룹 계열사에 공급하는 행위를 넓은 의미로 먹는 샘물의 제조ㆍ판매행위로 해석하는 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는 제주도지사가 한 달 3,000톤 규모의 제주생수를 제조ㆍ판매하는 것을 허가한 이상, 수출을 하거나 특화 판매를 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영업의 자유에 속하므로 제주도지사가 한진그룹 계열사에만 공급할 것을 조건으로 지하수 이용허가를 해주는 것은 재량권 남용에 해당된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나아가 지하수의 보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삼다수의 생산량을 대폭 늘리겠다는 제주개발공사의 입장을 충분히 감안하여, 한국항공도 한 달 3,000톤의 생산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예견된다.

 제동흥산이 1996년에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하여 효과를 좀 본 적이 있어서 지금의 한국항공도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으로 보여 진다. 제주도지사가 1996년에 제동흥산에 대하여 먹는 샘물 제조ㆍ판매를 위한 지하수재이용허가처분을 하면서 ‘전량 수출 또는 주한 외국인에 대한 판매에 한한다’, ‘제주도지방개발공사가 제주산 먹는 샘물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하여 주문생산을 요청할 때에는 생산능력의 허용 범위 내에서 이를 생산ㆍ공급한다’는 부관을 붙여 허가하자, 제동흥산이 건설교통부에 위 부관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제기하여 부관이 취소됐던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 행정심판의 선례를 인용하여, 한국항공이 수출 또는 특화 판매의 불허처분에 대한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만일 법원에서 한국항공에게 승소판결을 선고한다면 제주생수를 제주도 밖에서, 해외에서 마음대로 판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항공이 지금까지 먹는 샘물 제조ㆍ판매를 할 수 있는 것은, 제주도지방개발공사만이 먹는 샘물을 제조ㆍ판매할 수 있다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33조 제3항이 제정되기 전인 1991년에 제정된 제주도개발특별법에서 지하수 이용허가를 받아 갱신하면서 지속적으로 누려온 기득권 때문이다. 

 따라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33조 제3항이 새로 만들어진 이후부터는 개인기업이 제주도에서 먹는 샘물을 제조ㆍ판매하기 위한 신규 허가를 받을 수 없다.

 한국항공의 법적 대응을 무력(無力)화 시키려면 2개의 방법이 있다. 지하수 자원의 사적인 상품화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이 특별법의 취지를 살려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한국항공의 지하수재이용허가를 불허하는 것이 그 하나이다. 지하수가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시행조례에 의해 보존자원으로 지정된 점을 감안하여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한국항공의 제주생수 도외반출을 불허하는 것이 그 둘이다.

 국민정서를 무시한 기업이 생존할 수 없듯이, 도민정서와 이익에 반하는 한진그룹의 영업행태에 대해 앞으로 도민의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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