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1 "왜 백신 접종했나?"
의혹1 "왜 백신 접종했나?"
  • 고창일 기자
  • 승인 200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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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2 "누가 백신 접종했나?"

콜레라 발생이냐, 단순히 백신을 주사한 것이냐 그렇다면 누가 왜 했느냐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해당 업체와 제주도가 '서로 발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도가 29일 "도내 모종돈장에서 백신을 주사한 후 생기는 항체양성반응이 나타나 돼지고기 일본 수출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한 배경을 놓고 농가들 사이에 의혹이 번지고 있다.

백신주사 후 생기는 항체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확인 된 후 해당 업체가 이를 극구 부인하는 가운데 관계당국은 주사를 했는지, 했으면 누가, 왜 등을 속시원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 농장에서는 "백신을 주사한 일이 없다"고 하는 반면 도당국과 방역기관은 "주사를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항체양성 반응이 나올 수 있느냐"는 희한한 '진실게임'이 발생한 것이다.

▲발견과정
제주도가축방역위생연구소가 분기별로 실시하는 도내 8개 종돈장에 대한 4분기 혈청검사결과, T종돈장 돼지 51마리가 항체양성반응을 보였고 이동금지조치를 내리는 한편 다음날 19마리를 다시 검사했다.
역시 18마리가 양성으로 나타나자 뜨끔한 도 당국은 24일 오후 5시 국립수의과학연구원에 담당계장을 직접 보내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T종돈장에서 도 전역에 걸쳐 10농가에 위탁한 돼지에 대해서도 검사를 벌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도 당국은 27일까지 모두 218마리를 검사했고 이 중 90%에 가까운 194마리에 백신 예방접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T양돈장과 위탁사육농가의 2만6000마리 대부분이 예방백신을 맞았다는 반증이다.
반면 도당국은 백신을 주사한 이유, 사실 확인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 채 29일 "의사 콜레라 증세는 아니고 백신 주사에 의한 항체형성임을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확인했다"면서 "수입조건을 예방백신 미접종으로 정한 일본 정부와의 약속을 고려, 먼저 일본정부에 수출잠정중단을 알렸다"고 밝혔다.

▲몇 가지 의혹들
도내 농가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점은 물론 부정하고 있지만 해당 업체가 왜 백신을 주사했느냐하는 것이다.
콜레라든 비슷한 증상이든 뭔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도 모른다'는 도 당국의 변명은 돼지콜레라 백신을 구입할 경우 구매처 및 제품일련번호 등을 반드시 기재하게 돼 있어 역추적을 하면 구입 여부 판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문제 업체측의 주장대로 백신을 주사하지 않았는데 사육돼지들에게 항체반응이 나타났다면 더 큰 문제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축산진흥원에서 종돈을 출하하기 이전에 예방접종을 했거나 아니면 정상적인 구입루트가 아닌 제3의 경로를 통해 돼지가 입식됐다는 분석이다.
축산진흥원은 "청정지역을 지향하는 도 축산 당국이 그럴 리가 있느냐"며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다.

그렇다면 해당 업체 스스로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는데 항체가 발생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
더욱이 도 축산당국의 미적지근한 대응책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의사콜레라로 의심한 후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항체반응이라는 객관적 판정이 나기까지 소요된 시간을 이틀이다.
T종돈장은 도내 동부지역, 위탁사육농가는 서부지역 등 도 전역에 분포돼있다.
만에 하나 이번 사태가 돼지콜레라였을 경우 도 당국이 안절부절하던 시간이면 도내 양돈산업은 이미 초토화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본 수출 현황
제주산 돼지고기 일본 수출길이 막힌 것은 2000년.
2002년 다른 지방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일본 수입창구를 더욱 얼어붙게 했고 이후 제주도는 도내 농가와 공동노력 끝에 지난 4월 수출길을 겨우 열었다.
일본 수출가격은 냉동육인 경우 뒷다리 kg당 260엔, 등심 480엔, 안심 550엔 등으로 국내가와 별 차이가 없으나 냉장육은 뒷다리 390엔, 등심 580엔, 안심 700엔 등이다.
이에 도내 양돈 농가에서는 흑돼지 냉장육 수출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올 10월까지 638t, 280만달러어치가 팔렸고 올 연말까지 계획물량은 1000t, 400만달러어치로 나타났다..
이를 마릿수로 환산하면 일본 수출 부위인 뒷다리를 비롯 안심, 등심 부위의 마리당 발생 중량은 20kg정도.
1200마리 분량이다.

▲농가반응
농가들은 도 당국이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에 따른 대책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일본 수출을 위해 올 들어서만 바이어 3명을 만나기 위해 세 차례나 일본을 다녀왔다"는 이모대표(43. K축산).
이 대표는 흑돼지 냉장육 수출 견본품 7t을 이미 일본으로 보내 통관절차를 밟는 중 이러한 소식을 접했다.

뒷다리, 등심, 안심을 가리지 않고 평균 kg당 680엔에 수출할 계획이던 이 대표는 "한 업체의 비양심과 당국의 관리 소홀이 빚어낸 결과"라면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제 통관금지조치로 돌아올 물건을 생각하면 기가 막히다"는 김씨는 수출 준비자금으로 꽤 많은 자금이 소요됐다고 한숨을 지었다.

농민들은 "도 전체 300여 양돈농가에서 키우는 돼지는 모두 40만마리에 이르고 있다"며 항체가 발견된 돼지 전체를 도외 반출 시킬 것을 요구하면서 "2만6000마리를 위해 40만마리를 죽일 것인가에 대한 선택은 도 당국의 사실발표와 대책마련에 달려있다"는 반응이다.
한편 제주양돈농협 조합원들은 대책회의를 열고 자체적인 진상조사에 나서는 한편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태세로 이 사건의 후유증이 일파만파로 번질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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