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유난히 국가 브랜드 높이기, 국격을 강조하는 대통령이다. 하지만 이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한국 언론의 자유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 기자회의 발표에 따르면 2006년 조사 당시 31위였던 한국은 2007년에는 39위, 2008년에는 47위, 지난해에는 작년보다 22계단 하락한 69위를 기록했다. 이는 파나마(55위), 쿠웨이트(60위), 토고와 탄자니아(공동 62위) 보다도 낮은 순위이다.
미네르바 구속, KBS 사장 강제 해임 사건이 법원에 의해 잘못된 것으로 밝혀진 일도 한국의 언론자유도를 떨어뜨리는데 일조했다. 급기야 MBC 사장을 바꾸는 일도 좌파 척결운동 삼아 했다는 사람이 나올 지경이 됐다. 이런 상태라면 더 이상 방송 뉴스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 대통령이 일본 총리에게 “독도를 일본 교과서에 자국 영토로 싣는 문제는 좀 기다려 달라”고 했다는 기사는 방송에서 거의 취급하지 않았다. 급기야 인터넷 댓글로 누리꾼들이 제발 방송에 보도 좀 해 달라고 사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야당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탄핵감이라고 주장하며 진실을 밝힐 것을 요구했지만 거대 신문과 방송은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격은 정상회의를 많이 유치하는 것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언론이 비판과 감시라는 제 기능을 하고 지도자가 스스로 법을 지킬 때 국격은 저절로 높아지는 것이다.
정부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언론은 반대 목소리는 외면한 채 정부의 치적만 앞세우는데 지면과 전파를 낭비하기 쉽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는 진보신문이나 인터넷의 한 공간에서만 잠시 머물다 사라지고 만다. 국격은 저절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막무가내 보도의 극치
시시콜콜한 사항 지겹도록 쏟아내 천안함 침몰 사고 보도는 우리나라 언론이 얼마나 냄비언론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물론 사건 자체가 크고 침몰 장병들의 사망이라는 문제도 심각하고 가족들의 슬픔이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언론이 국민들 보다 더 호들갑을 피워서는 안 될 것이다.
사건의 팩트를 객관성 있게 전달하고 슬픔에 잠긴 현장 스케치는 적절한 선에서 보도하면 된다. 사건 발생이후 연일 시청자들은 사고 인근 해역의 날씨 일기 예보를 시시각각으로 들어야 했다.
특별한 팩트가 없으니 백령도 부근 오늘의 날씨 보도라도 하며 귀중한 전파를 낭비했다. 오늘도 수색 중, 내일도 수색중. 아침 저녁으로 이런말 저런말을 더 붙여서 단신기사를 리포트 기사로 만들어 내는 모습이 안쓰럽다. 이성적인 판단보다 감성적인 수사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해 보겠다는 신파조 뉴스까지 줄을 이었다.
사고 원인도 이런것 같다더라에서 저런것 같다더라로 하루 수십번씩 왔다 갔다 했다. 급기야 공영방송에서는 성금모금까지 나섰다. 북한의 공격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아직 얼마의 시일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벌써부터 전사자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가 우왕좌왕 허둥대면 언론이라도 기준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
불쌍하다는 여론이 많으니까 도와야 한다는 식으로 정부가 움직인다면 정부가 항상 강조하던 법치는 어디로 간 것인가? 차분히 사고 원인을 조사한 뒤 그에 따른 예우나 대응을 해도 늦지 않다. 천안함 보도뿐만 아니라 이제 겨우 한달 밖에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이미 국민들의 관심은 선거에서 멀어졌을 지도 모른다. 언론자유가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과 이번 천안함 보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론 스스로 무엇을 보도해야 할 것인지, 눈치보지 않고 일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다른 모든 이슈를 한꺼번에 쓰레기통으로 몰아버리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6·2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저마다 제주 도민을 위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옥석을 가리는 눈을 가져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해야 진정 잘살게 될 것인지 고민해 봐야한다. 냄비처럼 들끓는 언론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방송이고 신문이고 하나만 보고 듣지 말고 여기 저기 정보를 찾아보자.
김 종 현
기획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