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실습이 끝나갈 무렵인 지난 3월29일, 4주 간의 119구급대 현장실습에 임하게 됐다. 응급구조학과 학생으로서의 마지막 실습이라는 부담과 긴장감이 컸지만 아버지 같이 인자하신 제주소방서 선배님의 따뜻한 격려와 훈시를 듣고 난 후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배정 받은 삼도119센터로 향했다.
삼도119센터장님과 소방관님들께 자기소개를 한 후 현장실습 시 주의해야 할 점과 응급처치 및 구급장비에 관해서 교육을 받았다. 이론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현장실습이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은 힘든 과정이지만 그 동안 학습한 이론내용과 실기들을 실제로 적용하고 처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또한 환자의 귀중한 생명을 다루는 것이기에 내가 알고 있는 의료행위에 대한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시간이 날 때 마다 책을 보며 구급장비의 확인과 학교에서의 학습기억을 되새기며 출동의 순간만을 기다렸다.
‘구급출동! 구급출동!’ 출동을 알리는 출동지령 벨이 울리고 긴장된 마음과 흥분된 마음을 다잡아가며 구급차에 올랐다. 현장에 도착해 환자상태를 확인하니 40대 중반 정도의 아주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손으로 목을 감싼 채 신음하고 있었다. 신고자인 아들은 당황했는지 환자의 상태악화 경위를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으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난처해했다. 먼저 환자를 구급차로 옮긴 후 활력징후를 측정하였는데 환자의 SpO2(혈중산소포화도)수치가 88%로서 낮은 수치(정상수치 95%이상) 및 빠른 호흡과 빈맥을 보였다.
환자의 호흡장애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기도확보 및 산소투여를 하며 신속하게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이송하였다. 다행히 구급차 안에서 응급처치 후에 환자의 SpO2 수치와 맥박과 호흡이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환자를 무사히 응급실로 이송하였다. 빠른 증상 파악과 그에 대한 빠른 처치를 함에 있어서 위급한 증상도 간단한 처치만으로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도와주는 것이 119구급대원들이다.
실습활동을 하다보면 이렇게 의미가 있고 사명감을 가지며 실습에 임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여럿 있었다. 예를 들면 가벼운 감기몸살, 숙취 등으로 119를 요청하여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 119구급대가 택시는 아니지 않는가? 모든 이들이 감기나 술에 취해서 병원으로 갈 때 마다 119에 신고한다면 정말로 119구급대가 필요한 응급환자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정작 응급처치가 필요한 환자들이 술에 취한 환자를 이송하느라 현장 도착이 지연되고 처치가 늦어진다면 그 환자는 빠른 이송과 빠른 처치로 회복가능 한 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악화되어 심각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일들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타까울 뿐이다.
함 준 영
제주한라대학 응급구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