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公平無私한 승진 심사에 王道 없다
[사설] 公平無私한 승진 심사에 王道 없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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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공무원 승진심사기준이 또 바뀔 모양이다. 지난 1998년 새롭게 도입된 이른바 ‘다면 평가제’를 시행 12년 만에 제주도가 ‘심사기준’에서 제외키로 했기 때문이다.

도입 당시 ‘다면평가’제의 명분은 좋았다. 상급자만이 승진 대상자를 심사 평가하기보다 동료는 물론, 부하직원까지 참여시켜 다면적으로 평가함으로써 훨씬 공평무사한 인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행 12년을 거치는 동안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음을 발견한 것 같다. 우선 다면평가제가 인기투표의 양상을 띄는가하면, 감정에 흐르기도 했다. 성격이나 능력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을 평가해야 하는 난센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공평무사한 심사가 아니라 도리어 정실인사를 부추기는 꼴이 됐다는 얘기다. 결국 다면평가제가 폐지되면 과거로 회귀하는 수밖에 없다. 즉 승진심사에서 현재의 업무평가 70%, 다면평가 20%, 면접 평가 10%에서 상급자 업무평가가 90%로 상향 조정될 공산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또 다시 하향식 평가가 이뤄지고, ‘인사 줄서기’ 관행이 재발돼 불만의 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사실 그동안 승진 심사 기준은 다반사로 바뀌어 왔다. 정권 변동기에도 바뀌고 도지사 교체기에도 바뀐다.

또한 인사권자의 도덕성이나 양심의 여하에 따라 이리 바뀌기고 저리 바뀌기도 했다. 비교적 승진심사 기준으로서 가장 장수(長壽)한 것이 ‘연공서열’(年功序列)이었다. 이 기준에도 단점은 있지만 장점이 많았기에 장수 할 수 있었다.

 이 기준을 가장 싫어하는 쪽이 바로 정실인사를 즐겨하는 임명권자들이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한 정실 인사가 어렵기 때문에 기준을 고쳐 ‘능력 위주’ 내지 ‘능력 중시’라는 그럴 듯한 말로 포장, 자신의 사람에게 후한 점수를 줘 승진 시킨다. 면접과 능력을 핑게로 후한 점수를 주게 되면 ’연공서열‘은 자연히 설 자리가 좁아진다.

이렇듯 공평무사한 인사에는 왕도(王道)가 없다. 승진 인사기준도 그것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 만약 그 길이 있다면 오직 하나, 인사권자의 도덕성 회복과 양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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