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안중근과 본회퍼
[세평시평] 안중근과 본회퍼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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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말씀하신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마태 10,34)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평화가 너희와 함께”하고 기원하신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칼은 사람을 죽이는 무시무시한 무기이기도 하지만 아픈 곳을 도려내어 사람을 살리는 도구이기도 하다. 칼이 갈라놓는다는 것은 이어지는 다음의 예수님 말씀에서 분명해진다. “나는 아들이 아버지와, 딸이 어머니와, 며느리가 시어머니와 갈라서게 하려고 왔다. 집안 식구가 바로 원수가 된다.”(마태 10,35-36) 예수님은 왜 이런 끔찍한 칼을 제자들에게 주려고 하시는가?

안중근 (1879-1910) 의사는 독실한 신앙인이고 평화주의자이다. 그는 사형선고를 받고 ‘동양평화론’을 쓸 시간을 벌고자 항소를 포기하고, 법정을 동양평화사상의 설교장으로 삼으려 했다. 그가 옥중에서 미완으로 남긴 ‘동양평화론’은 100년 앞을 내다본 동양의 미래상이다.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는 기독교 평화운동의 선구자이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인 평화를 이 사회 속에 실천하고자 투쟁하다가 순교하였다. 미국의 라인홀드 니버는 본회퍼를 순교자라 칭하고 “그의 삶은 현대 사도행전에 속한다”고 말한바 있다.

올해는 안중근 의거 100주년이다. 그는 1909년 10월26일 흉적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고 대한의 자주독립과 한민족의 의기를 만천하에 드높였다. 대한제국을 멸망시킨 이토는 만주를 넘보고 대륙 진출의 야망을 위해 하얼빈에 가던 길이었다. 그는 이토의 심장을 향해 통렬하게 세 발을 쏘았고 적중하여 흉적은 쓰러졌다. 이를 지켜본 그는 하늘을 향해 큰 소리로 ‘대한만세!’를 세 번 외쳤다. 그는 거사 전에 ‘장부가’를 지었다.

“장부가 세상에 처함이여 그 뜻이 크도다/ 때가 영웅을 지음이여 어느 날에 과업을 이룰고/ 등불이 점차 차가워짐이여 장사의 의기는 뜨겁도다/ 분기하여 한번 지나감이여 반드시 목적을 이룰지어다/ 쥐도적 이토여 어찌 즐겨 목숨을 비길고”(후략)

디트리히 본회퍼는 히틀러 암살 모임에 가담하였다는 혐의로 비밀경찰에 잡혀 39세의 나이로 교수형에 처해졌다. 독일 교회가 나치 정권의 폭압에 침묵하고 순응하는 것을 두고 값싼 은혜에 빠져 있다고 통박하며, “미친 운전사를 방치하여 희생자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보다 핸들을 빼앗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 주장하였다. 다음 시는 그의 유고집『옥중서신』가운데에서 뽑았다.

"나는 누구인가? 사람들은 가끔 말한다. 나는 좁은 감방에서 일어나 조용하고, 즐겁고, 확고하게 걷는다고. 마치 자기 성의 영주처럼.// 나는 누구인가? 사람들은 가끔 말한다. 나는 감시인에게 자유롭고, 친절하고, 분명하게 말을 건넨다고. 마치 내가 상관이 것처럼.// 나는 누구인가? 사람들은 또 말한다. 나는 불행의 날들을 평온하게, 웃으면서, 자랑스럽게 잘 견딘다고. 승리에 익숙한 사람처럼."

본회퍼가 남긴 공헌 중 가장 위대한 것은 정의와 평화를 위한 기독교인의 의무와 책임을 강조한 것에 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는 오늘 우리에게 있어서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이 질문은 그의 삶과 신학의 주제이다. 그는 그 질문에 대하여 고백하고 그 고백한 것을 증언하다가 나치정권에 의해서 처형되었다. 오늘 우리는 본회퍼처럼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누구인가”를 물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평화를 만드는 자(peacemaker)로서 평화의 사도가 되라고 말씀한다. 평화운동의 선구자로서 안중근과 본회퍼는 오늘 우리에게 무엇이며 또 누구이며 그가 말한 기독교 평화론은 오늘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평화는 인류의 영원한 염원이다.

지금 중국의 동북공정의 결과물로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을 시킨 논문들이 발표 되고, 마라도 남방에 있는 이어도를 중국이 한국영토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보도가 나온다. 일본은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억지 주장을 하고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일본에 신군국주의 건설의 구실로 삼고 있다. 이러한 때 안중근과 본회퍼로부터 평화에 대한 올바른 가르침을 배워야 한다. 한반도는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마침내는 평화통일을 이루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김  관  후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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