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법, 4ㆍ3명예훼손 손배訴 사건 어떻게 판단했나
지법, 4ㆍ3명예훼손 손배訴 사건 어떻게 판단했나
  • 김광호
  • 승인 201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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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표시도 피해자 특정된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이선교 목사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사건의 쟁점은 크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집단 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와 국가기관에 제출하는 진정서 내용의 명예훼손 여부, 그리고 진상 규명이 이뤄진 사건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가 그것이다.

제주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김성수 부장판사)는 먼저,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도 일정한 요건이 갖춰져 있으면 피해자로 특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피고는 이 사건 강연에서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의 수와 정확히 일치하는 1만3564명이 폭동에 가담한 것처럼 표현했다”며 “비록 희생자들을 직접 거명하거나, 일일이 지적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희생자 및 유족이 피해자로 특정됐다”고 밝혔다.

대체로 법원이 집단 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인정하지 않아온 것과 다른 판단이어서 눈길을 끈다.

또, 명예를 훼손할 만한 내용이 담긴 진정서를 국가기관에 제출하는 행위로 인한 명예훼손 성립 여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국가기관에 제출하는 진정서는 국민의 청원이므로 불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특별법에 근거해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된 위원회에 의해 진상 규명이 이뤄졌고, 장기간의 조사와 심사를 거쳐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들에 대해 뚜렷한 증거 제시없이 폭동에 가담했다고 주장하는 것까지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또, 위자료와 관련해서는 “피고의 강연 내용, 희생자와 유족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의 정도 등을 감안해 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서울행정법원 등에서 진행 중인 4.3관련 행정소송 5건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홍성수 4.3희생자유족회장은 이번 판결과 관련, “일부 승소 판결이지만, 명예훼손을 법적으로 인정해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고인 이선교 목사는 2008년 1월10일 국제외교안보포럼 강연회에서 ‘북한 남로당과 현재의 좌파’라는 주제로 강연했고, 4.3유족회는 이로 인해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피고 측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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