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ㆍ햇빛 재배…당도 골고루 유지
배수ㆍ햇빛 재배…당도 골고루 유지
  • 한경훈 기자
  • 승인 2004.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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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감귤생산 현지를 가다

일본감귤 현지취재(1)

한일수교 40주년을 맞는 내년 한ㆍ일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는 양국 감귤시장의 개방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주감귤산업은 이제 일본이란 변수도 감안해야 할 시대에 돌입했다.
특히 제주와 일본산 감귤은 지리적 근접성, 재배품종의 유사성 등으로 직접 대체관계가 일어날 수 있는 특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산 감귤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이에 본사는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4박5일간 농협제주지역본부 관계자, 일선 조합장, 지역언론과 함께 현지를 방문, 일본의 감귤 생산동향 및 유통실태 등에 대해 점검했다.
일본 감귤산업의 동향 분석을 통해 제주 감귤산업의 도약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검토해야 할 지에 대해 4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주)

[연재 순서]
<1> 일본감귤 경쟁력의 원천 및 생산동향
<2> 일본의 감귤 선과시스템
<3> 일본내 감귤 유통ㆍ소비실태
<4> 제주 감귤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25일 오후 일본 큐슈(九州) 구마모토현(熊本縣) 가와치(河內). 일정을 위해 해안선을 따라 달리던 취재단은 버스에서 내렸다. 짧은 기간 일본의 감귤산업을 돌아보며 ‘역시 일본’이라는 감정을 느끼곤 했지만 이동 중에 하차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식 감귤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마치 감귤나무로 조림한 것처럼 해안선에서 멀지 않은 곳에 솟은 수십 개의 산 정상까지 감귤나무 일색이었다. 말로만 듣던 일본 계단식 감귤원의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의 경우 경작이 가능한 면적이 고작 16%에 불과할 정도로 국토 대부분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단식 감귤원 비중이 8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귀포시 명예시민으로 70년부터 매년 제주를 방문하고 있다는 가와치 주민 니사야마씨(70)에 따르면 이 지역의 계단식 감귤원은 300년 전부터 조성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계단식 감귤원이 일본 감귤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 감귤원은 주로 계단식 비탈에 위치하면서 ‘물 빠짐’이 양호하다. 또한 나무 사이의 거리도 적정하고, 방풍수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감귤나무보다 약간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햇빛을 골고루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돼 있다. 제주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품종을 갖고도 감귤 당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바로 배수와 햇빛 관계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와 함께 작업의 용이성을 고려, ‘키 낮은 재배’가 일반화돼 있는 점도 당도에 긍적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각 지방의 과수시험장에서는 평지에 새로 조성하는 과원의 경우 이랑재배와 타이벡 재배를 적극 권장할 할 만큼 감귤재배에 있어 배수와 햇빛을 중시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양국 감귤시장이 개방될 경우 품질경쟁력은 일본이 다소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제주감귤은 가격경쟁력 면에서 이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감귤은 일본국민이 여전히 선호하고 있는 과일 중 하나이지만 일본의 감귤산업은 감귤원 조건이 열악한데다 후계자 문제 등으로 점차 사양길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 온주밀감 생산량 추이를 보면 1975년 367만t으로 최고치에 달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2002년 113만t까지 떨어졌다. 생산과잉과 1991년 4월의 오렌지 수입자유화에 대한 대비 등을 위해 5차에 걸친 감귤산업 구조조정 정책을 실시한 결과다.
일본 정부 공식발표에 의하면 올해산 온주감귤생산 예상생산량은 106만톤. 온주밀감 생산량이 100만톤 이하로 떨어질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럴 경우 일본내 감귤 가격이 높아져 수입량 증가로 연결될 공산이 크다. 수입국은 제주와 중국이 점쳐지는 가운데 제주밀감 품질이 중국보다 우수하다는 점에서 제주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일본의 경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감귤 전업농도 줄고 있는 추세다. 일본 최대 감귤생산지인 와카야먀현(和歌山縣)의 경우 전업농 비중이 이미 50%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따라서 전업농 비중이 높은 제주농가들이 품질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쏟을 경우 일본감귤에 대한 품질경쟁력의 열세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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