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62주년이다. 제주를 피로 물들게 했던 현대사 최악의 비극적인 날이다. 그래서 ‘4·3’은 제주도민들에게는 쉽게 풀 수 없는 한(恨)이요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 않은 시커먼 멍이다. ‘4·3’으로 하여 제주사람들은 무자비한 공권력이 얼마나 끔찍한 역사가 되는지를 배웠다. 슬퍼도 울지 못하고 이 악물고 참아야 했다. 강요 당해온 침묵은 도민들의 가슴을 맷돌처럼 짓눌려 피멍든 한으로 켜켜이 쌓였다. ‘4·3’으로 인한 이웃과의 증오와 미움은 도저히 사그라 질수 없는 화약고나 다름없었다.
인정은 가리가리 찢어졌고 더불어 사는 사회는 붕괴되어 버렸다. ‘4·3’을 겪은 지 60년이 넘어섰지만 ‘4·3의 상처와 아픔’은 도민의 가슴속에 생생히 살아있다. 정부에서 ‘4·3 특별법’을 제정하고 대통령이 공식사과 했었지만 도민들에게는 ‘4·3’은 아직도 진행형의 역사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4·3’의 한풀이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일이다.
과거의 질곡에만 매몰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4·3의 한’을 역사발전의 기회로 다스리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억울하고 아프고 참담하지만 이제는 ‘4·3의 아픔’을 화해와 상생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4·3’에 관한한 제주도민은 모두가 피해자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따로 없다. 그렇다면 이제는 서로 간에 품었던 과거의 원한이나 증오에서 벗어나야 한다. 갈등과 분열의 시대를 마감해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편 가르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4·3’의 이름으로 개인적 욕심이나 이익을 취하려는 세력을 추방해야 할 것이다. ‘4·3’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어 갈등을 조장하려는 세력이 있다고 보아지기 때문이다. “순수하고 순박한 유족이나 피해자들을 부추겨 개인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세력도 없지 않다”는 일각의 지적이 나온 지는 오래다. 그래서 이제는 ‘4·3의 아픈 날개’를 조용히 접어야 한다.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해 조용히 기도하고 피해자와 유족들을 마음으로 위로해야 한다. 떠들썩하게 일어서 아우성 치고 주먹손 뒤흔드는 요란한 추모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의 ‘4·3 기념일’ 지정은 이 같은 조용한 ‘4·3 추모를 위한 행진곡’이어야 한다. 마땅히 정부가 하루 빨리 지정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