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민주주의를 되찾자’
[세평시평] ‘민주주의를 되찾자’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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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적으로 정비되어진 코스가 아닙니다. 옛날 길을 찾아내어 만든 길이기 때문에 걷기 힘든 길도 있고, 교통편이 불편한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걷는 사람의 체력과 흥미, 시간 등에 맞춰 갈 수 있는 곳까지 자신의 페이스로 여유로운 마음으로 무리하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에 상당한 매력을 느낍니다.”

서귀포시에서 파견근무를 하는 일본인 기노가와시 츠다카요코 씨가 제주올레를 걷고 느낀 소감문 중 일부이다. 제주올레는 거릿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길이다.

 ‘제주 올레’는 발음상 ‘제주에 올레?’ ‘제주에 오겠니?’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바람 부는 섬, 제주의 올레는 구멍 숭숭 난 현무암으로 이뤄졌다. 더불어 구불구불 이어진 제주 돌담길의 미학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제주올레가 조작되어 이사장은 시사저널 편집장과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역임한 제주출신 서명숙씨가 맡았다.

허영선 전 제민일보 편집부국장, 문성윤 변호사,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이창익 제주대 교수, 이유진 시인, 정혜신 정신과 의사, 조용환 법무법인 지평 대표 등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제주올레를 표방하여 서울에서 ‘민주주의 올레’가 결성되어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제주4·3올레 걷기 행사도 계획되어 있다. 민주주의 올레는 ‘놀멍, 쉬멍, 걸으멍’ 자연풍광을 즐기는 걷기행사로서 자발성, 개방성, 다양성을 특징으로 한다.

민주주의 역사현장을 함께 걷고자하는 민주주의 올레는 때로는 도심지 거리를 걷기도 하고, 민주주의 역사를 되새기는 문화행사와 병행해서 진행되기도 하지만 자유롭고 여유로운 올레의 기본정신을 특징을 잘 살리며 진행되고 있다, 특히 2010 민주올레 운영위원회가 ‘3·1민주올레’를 첫 사업으로 내세운 것은 그 의미가 깊다.

서울의 3·1운동과 민주올레는 서울은 독립만세운동이 처음 준비되어 대규모 시위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의 3·1운동 올레길은 만세시위가 모의되어 실행되기까지의 과정을 되새겨볼 수 있는 코스로 구성되어있다.

민족대표들이 모여 운동을 준비한 곳, 학생대표들이 만세시위를 모의한 주요한 장소들, 독립선언서가 인쇄되고 뿌려진 곳, 만세시위가 벌어진 주요 장소, 당시 민족지도자들이 투옥된 감옥들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무심코 찾는 북촌 한옥마을 일대, 인사동과 종로통의 뒷골목, 덕수궁 돌담길, 서대문 성곽을 따라 독립문에 이르는 길이 바로 서울에서 3·1운동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곳들이다. 금년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매우 중요한 해이다.

한일합방 100주년이 되는 해이고, 4·19 의거 50주년이 되는 해이고, 5·18 광주민중항쟁 30주년이 되는 해이고, 6·15 남북공동성명 10주년이 해이다. 그리고 제주4·3발발 62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 기념비적인 해에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답을 민주주의 올레가 내놓았다.

‘일단 걷자’라는 것이다. 4월19일에는 시위학생들이 숨진 효자동에서 묘역이 있는 수유리까지 걷고, 5월18일에는 광주민중항쟁이 발발한 광주 금남로에서 희생자 묘역이 있는 망월동까지 걷고, 5월23일에는 진영읍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김해 봉하마을까지 걷자는 온동이다.

6월15일에는 판문점에서 개성공단까지 걸어볼 수 있다면, 대박이라고 주최 측은 말한다. ’어려우니까 포기하고, 포기하면 좌절하고, 좌절하면 배신한다.’는 민주올레운영위원회의 ‘좌절의 법칙’은 ‘어려우면 포기하지 말고 쉬어가면 된다.

내가 못하면 다음 사람이 하면 된다라고 편하게 마음먹어라’라고 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에는 약 4km에 걸친 붉은 벽돌 길을 따라 걷는 프리덤 트레일(Freedom Trail)이 있다. 미국 독립전쟁과 연관된 16개의 역시유적을 연결하는 도보길이다.

프리덤 트레일은 1958년 저널리스트 위리엄 스코필드의 제안에 의해 조성되어 매년 3백만 명 이상이 트레일을 걷고 2만 명의 학생들이 현장학습을 진행하며 3만 명이 각종 프로그램과 워킹 투어에 참가하고 있다.

영국도 이미 1967년에 트레일의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길의 권리(Right of Way)’의 법제화에 나섰으며 일본 또한 1970년대에 ‘토카이 자연보도’를 시작으로 트레일 시스템의 구축에 나섰다.

이제 제주4·3올레길도 곧 펼쳐질 예정이다. 민주올레에는 김명곤 전문화부장관, 도종환 시인, 서명숙 제주올레이사장, 이해찬 시민주권 대표, 정지영 영화감독, 현기영 소설가 등이 참여하고 있다.

김  관  후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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