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삶의 손익분기점
[세평시평] 삶의 손익분기점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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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아침에 아내와 같이 사라봉에 운동 갔다 왔다. 꽃샘추위로 추운 날씨에 비까지 온다. 사라봉 어귀에서 예전부터 채소장사를 하는 한 할머니는 오늘도 채소장사를 하고 있었다. 나와 내처는 그 할머니에게 채소를 조금사면서 보니까 새 우산을 쓰고 있어서 오늘 이른 아침에는 비도 안 왔는데 어떻게 우산을 챙겼습니까? 옛날어르신들은 일기를 잘 안다며 내 아내가 물었다.

그 할머니는 비오는 날에는 한 중년부인이 우산과 과자나 떡을 가끔 갖다 준다는 대답이다. 나는 왠지 기분이 좋았다. 이와 함께 며칠 전에 내가 다니는 헬스위층에서 우산 때문에 중년 부인들이 싸우는 장면이 오버랩 되었다. 헬스 위층에는 휘트니스 클럽 이다. 이들은 고급차를 몰고 운동을 온다.

이들 자신들의 우산 시비로 심하게 싸웠다. 이 할머니에게 비오는 날이면 우산을 갖다 주는 여성과 우산 때문에 싸웠던 여성은 정반대 삶의 스타일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과 만난다. 그러면서 속으로 싫은 사람, 좋은 사람으로 나눠보기도 하고 함께하기 싫은 사람, 함께 하고 싶은 사람으로 나누기도 한다.

그랬을 경우 자신의 호감을 갖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항상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사람이다. 자기가 조금 불편 하드라도 참을 줄 아는 사람, 적어도 고통이나 손해를 분담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우리사회를 이어가는 아름다움을 만든다.

 아름다움은 진리라고 한다.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 이언스튜어트 저, 안재권 역> 사라봉어귀 채소장사 할머니에게 남모르게 우산을 갖다 주는 여성의 겸손은 진리가 가지는 유일한 단점이다. 진리는 언제나 자신만이 진리라는 교만 때문에 날 것 그대로 몸뚱이를 내놓고 어떤 치장도 설득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진리는 가끔 생뚱맞고 대개 자기 가치에 대한 정당한 값을 포기해서 사회를 어둡게 한다.

이에 반해 우산을 다투어 싸운 휘트니스 클럽 여성 같은 위선은 부단히 자기 이익을 위해 모순과 허위를 가리고 분을 바르며 자신들의 위선을 합리화한다. 그래서 진리는 언제나 외로운 것이다. 언젠가 모 여류작가가 쓴 수필 한 편을 읽었다. 『손익유전(損益流轉)』이라고 한 이 글은 매일 아침 집 앞 골목을 청소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상념들을 진솔하게 그려 나간 서정적인 작품이었다. 작품은 이렇게 쓰고 있다. “오늘 아침도 우리 동네에서는 내가 제일 일찍 일어났나보다. 전과 다름없이 비를 들고 골목을 쓸어갔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타산적인 심리는 나로 하여금 우리 집 대문 앞만 쓸게 하고 말았다. 사실 연중무휴로 골목 안을 청소했어도 누구 한 사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사람도 없었고, 오히려 무보수 청소부쯤으로 여기는 것 같아 서운한 생각도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골목 안에서 나 혼자 청소를 한다는 것은 왠지 나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 집 앞만 대충 쓸어버리고 그냥 집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이 어인 일인가. 삽시에 윙 하고 바람이 불더니 골목 안 쓰레기는 다 우리 집 대문 앞에 쌓이지 않는가. 여기서 이 작가는 지나치게 이익을 앞세우다 보면 손해를 보고, 손해를 감수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다 보면 오히려 이익이 돌아온다는 것을 뒤늦게 터득했노라고 고백하고 있다. 삶에는 손익분기점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와 같은 우(愚)를 범하는 예가 허다하다.

현재의 시점에서는 분명히 이익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후회막급의 큰 손해를 보는 일이 그 얼마나 많았던가. 정권이 바뀌면 재직 시의 뇌물 수수 관계로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을 자주 보아왔다. 눈앞에 이익만 앞세우다 몇 배 더 큰 손해를 보는 것이다. 중국 전국시대의 유명한 설화가 떠오른다. 양나라 혜왕이 스승인 맹자를 모셔 놓고 정치 전반에 관한 자문을 청하였다. 맹자는 오직 선의(善意)라고 대답했다.

왕께서 만약 나라의 이익만을 앞세우신다면, 휘하에 있는 만조백관들도 어떻게 하면 내 가문(家門)의 이익만을 도모하고, 온 백성들 역시 각기 자신들의 이익만을 취하게 되며, 그렇게 되면 끝내 나라의 기강이 무너져서 국난의 위기는 필연적이라는 진언으로 성군이 되었다는 스토리라인이다. 우리는 사사건건 이해득실만을 따지며 살아가고 있다.

오직 물질의 이득만이 인생의 최고 가치인 양 온통 물신(物神)만을 좇아 가로 뛰고 세로로 뛴다. 그리하여 미끼에 홀린 물고기가 낚시를 못 보듯이 우리는 겉에 나타난 이익만을 보고 그 속에 숨어 있는 화(禍)는 보지 못한다.

김  찬  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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