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바늘도둑의 재해석
[나의 생각] 바늘도둑의 재해석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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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속담에 “바늘도둑이 소도둑된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작은 도둑을 제때에 다스리기 못하면 큰 도둑이 된다는 말이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바늘도둑도 많고 소도둑도 많아졌다. 전국 어디를 가나 도로 위에는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바늘도둑이 널 부러져 있고 유원지등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딘가 꼭 쓰레기, 담배꽁초등을 버리는 바늘도둑들을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소도둑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사람들이다. 기초도 안 지키는 바늘도둑이 법을 우습게 여기는 질 낮은 습관이 누적되다 보면 큰 범죄를 저질러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경찰서나 지구대에 잡혀온 죄인들이 얼마나 당당한지 모른다. 마치 재수가 없어서 잡혀온 것처럼 기세가 등등하다.

이런 법질서 준수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27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단기간에 달성하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나라 법질서 수준이 선진국을 따라 가지 못한 이유는 범을 지키는 사람은 반드시 혜택을 보고, 법을 어기는 사람은 반드시 불이익을 받는다는 원칙이 확립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건물을 지을 때 기초공사가 잘 되어야 튼튼한 건물이 되고, 지진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기초공사에서 내진설계가 잘 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기초질서가 바로 잡혀야 더 큰 국가질서도 확립될 수 있는 것이다. “기초질서 위반을 방치하면 더 큰 위반인 강력범죄를 야기할 수 있다”,“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바늘도둑도 꼭 잡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기초질서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싱가포르에는 "everything is fine" 이라는 말이 있다. fine이라는 어휘가 “좋다”라는 뜻도 있지만 “벌금”이라는 뜻도 있다. 이런 문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싱가포르에는 모든 것이 벌금이다. 이렇게 싱가포르에서는 공공질서 위반 시 벌금이 무겁게 부과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심지어는 용변 후 물을 안내려도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니 누군들 안 지키겠으며 이로 인해 싱가포르 곳곳에는 깨끗하지 않을 수 있겠나 싶다.

 
형법학의 선구자인 베카리아(Beccaria)의 다음 글은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흔한 경범죄를 대중 앞에서 처벌한다면 가벼운 범죄로부터 사람들을 멀리하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큰 범죄에서도 멀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올가미는 형벌의 가혹함 정도가 아니라, 형벌의 확실함 정도이다.” 베카리아의 글처럼 가혹한 형벌만이 능사가 아닌 것 같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듯이 가혹한 형벌보다 확실한 단속이 필요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에도 경범죄처벌법등을 통해 1970년대 초부터 기초질서 위반행위를 단속해 왔다. 그리고 올해 3월 01일부터 5월 30일까지 기초생활질서 지키기 홍보 및 교육 기간을 갖고 6월 01일부터는 지속적으로 집중단속기간을 갖게 된다. 앞으로 기초질서 위반자를 단속해야할 나 자신부터 기초질서를 잘 지키고 그리고 기초질서 단속에 심혈을 기울인다면 다른 어떠한 나라보다 앞서가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김  경  택
서귀포경찰서 생활질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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