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화려한 꽃들이 만발하고 숱한 생명들이 용트림하는 계절
즐거운 마음으로 나선 행락지에는 “기초질서를 지키자”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는 현수막이 붙어있고 짜증과 실망으로 돌아오는 일을 종종 경험한다. 또 봄철이 시작될 때쯤이면 어김없이 실시되는 행사가 바로 기초질서 지키기 강조와 계도 단속이다.
5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일류 선진국가 대한민국에서 기초질서를 지키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이해 못하는 외국인들이 많을 것이다. 지난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우리선수들의 선전은 온 국민을 열광케 하였고 한민족의 위대함을 세계에 떨쳤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자랑스러웠고 뿌듯한 자긍심이 충만한 시간이었다.
이처럼 위대한 국민으로 거듭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기초질서를 지키자는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은 위대한 국민의 자존심에 커다란 생채기를 내는 것이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녹색성장이나 각종 환경단체에서 부르짖고 있는 자연보호 등, 거시적 테마에 가려서 가장 기본이 되는 기초질서를 잊은 것은 아닌지, 녹색성장도 자연보호도, 오물을 버리지 않는 작은 질서에서 실천됨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텐데, 실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위대한 국민의 자존심을 위하여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고, 차례를 기다릴 줄 아는 미덕을 베풀고, 내가 쓰다 남은 자취와 남이 잊어버린 잔재마저 내가 거두어 가는 배려의 마음이 필요한 계절이 봄! 지금인 것이다.
사회가 복잡하고 삶이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함으로써 미래를 튼튼하게 맞이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여, 건강한 국가 위대한 국민의 자긍심을 물려줘야 하지 않을까. 금년 봄에도 예외 없이 시행되고 있는 기초질서 지키기 홍보, 이제는 이런 홍보가 필요 없는 성숙한 국민 의식이 갖춰지지 않았을까?
내년 봄에는 기초질서 지키기 홍보문건을 받지 않겠지 하는 믿음을 가져본다.
최 재 호
제주서부경찰서 노형지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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