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없는 벚꽃 축제”. 꼭 탐정소설 제목 같다. 세상 천지에 “벚꽃 없는 벚꽃 축제”가 있다니 희한한 일이다. 그것도 관광지 제주도, 그 중에서도 수도(首都) 제주시 복판에서다.
물론 축제기간인 26일부터 3일 동안 관광객들과 제주도민들은 잘 먹고, 잘 놀고. 잘 즐겼을 것이다. 축제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주최 측에서는 만족하고 있을 줄 안다. 대성공한 왕벚꽃축제라며 기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막상 벚꽃 축제장에는 벚꽃이 없었다.
축제장뿐이 아니라 주변에도 없었다. 도리어 유채꽃이 더러 있었지만 취흥을 돋울 정도가 못되었다.
혹시 근년에 가로수로 심은 몇 그루의 어린 벚나무에 셀 수 있을 정도로 띄엄띄엄 핀 벚꽃을 놓고 왜 벚꽃이 없느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이 없다.
주최 측이 많은 예산을 들이면서 축제를 그렇게도 열고 싶고 그것을 갈망한다면 그냥 ‘도민 축제’로 열일이다.
그렇게 했더라면 성공한 축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벚꽃도 없는 곳에서 왕벚꽃축제랍시고 열었으니 ‘불 없는 화로’요, ‘마누라 없는 처가’다.
과거 해마다 성공적으로 열렸던 제주시 전농로 벚꽃축제를 이어가고 싶어 하는 심정 모르는 바 아니다.
그 점을 고려하더라도 벚꽃 없는 곳에서 벚꽃잔치를 열겠다면서 관광객까지 끌어 모은 것은 너무했다.
이것이 전형적인 전시행정이 아니고 무엇인가. 만약 관광객 중 진짜 벚꽃잔치인 줄 알고 벚꽃을 볼 목적으로 왔다가 너무 실망한 나머지 “속임수 벚꽃축제 아니냐”며 집단항의라도 한다면 뭐라고 답변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