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사무실 직원들과의 즐거운 점심식사를 마치고 양치하러 가면 세면대 앞에 귀여운 컵 그림의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다. “잠깐만, 양치할 때는 컵으로”라는 내용과 함께. 서귀포시에서 에너지 절약을 위한 “자기 컵 갖기 운동”의 직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하지만 양치할 때 컵을 사용하는 것은 쉬우면서도 쉽게 실천이 안 되는 그런 습관이다. 그래서 양치하는 동안 무심코 물을 틀어 놓는 일이 허다하기도 하다. 그러던 중에 무심코 읽던 어느 유명작가의 에세이집에 나온 내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책에서는 아프리카의 식수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었다. 에디오피아처럼 물 부족이 심한 나라의 경우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은 1인당 5리터라고 한다. 이것은 국제 기준에서 사람으로서 생명을 유지하고 품위를 지키기 위한 최소 물의 양인 하루 15리터의 1/3에 불과하다.
또한, 아프리카에서는 강이나 공동수도의 깨끗한 물을 길어오기 위해 물동이를 진 채 대여섯 시간을 길에서 보내는 여자아이와 아녀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한다. 그리고 깨끗한 물로 손만 씻어도 나을 트라코마라는 눈병에 걸려 시력을 잃은 꼬마들도 많다하니 그들에게 물은 생명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보통 물을 틀어 놓은 채 양치하는 습관 때문에 한번에 10리터 정도의 물을 소비하고 있다니, 정말 물을 물쓰듯하고 있는 셈이다. 에티오피아 한 사람이 하루에 쓰는 물보다 두 배나 많은 양의 물을 양치 한번에 배수구로 흘려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양치할 때 컵을 사용하면 1리터 정도의 양으로 충분하고, 그러면 9리터의 물이 절약되는 데도 말이다.
물론 내가 지금 양치하면서 아낀 물 9리터가 고스란히 아프리카의 그 안쓰러운 아이들에게 가지야 않겠지만 그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한정적 자원인 물을 아껴 써야겠다는 고운 마음이 모이고 모여 지구 전체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이 되지 않을까.
엘빈토플러 등 미래 학자를 중심으로 설립된 “세계 미래위원회”에서 2025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3분의 2는 물 부족 문제를 겪게 되고 물 값이 원유 가격만큼 비싸져 10년 안에 물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는 3월 22일은 개발도상국의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UN에서 정한 “세계 물의 날”이기도 하다.
이러한 때에 양치할 때 물을 틀어 놓는 대신에 자기 컵을 갖는 습관을 가져보면 어떨가. “당신의 오늘은 누군가 간절히 원하던 내일”이라는 말을 인용해서 “지금 내가 흘려보내는 물은 누군가 간절히 원하는 물”일런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습관이 물을 얻기 위해 매일 먼 길을 떠나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한 작은 사랑의 실천이 될런지도 모른다.
양 예 란
서귀포시청 총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