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우도로 교명 변경
[나의 생각] 우도로 교명 변경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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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전의 학교정문 기둥에 두터운 널판자에 00초등(국민)학교, 00중학교 명을 붓으로 쓰며 매달렸던 모습이 생각난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떨어지면 주워 다가 다시 걸곤 했다. 빛바랜 학교 간판이었다. 지금은 질이 좋은 표지석이나 자연석으로 품격을 자랑하고 있다. 교명 변경 표지석 앞 감회가 새롭다.

 
당시의 열악한 학교시설과 생활을 반추해 본다. 시골 학교는 여느 곳이나 다 마찬가지로 한 학년에 두개 반 이상, 학생수는 한 반에 50~60명 남짓이었다. 교실이 모자라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수업을 받곤 했다. 시골 학교의 전성기이었다. 한 가정에 네댓 명 학생은 보통이었으니. 오죽 했으면 교실 수업 풍경을 콩나물시루에 콩나물과 빗대었을까.

공교육인 학교가 유일한 배움의 터였고 선생님이 참 스승으로 존경을 받았던 시절, 학교 공부 외의 사교육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교과서 외 참고서가 귀했던 시절, 선배들에게 물려받거나 돈이 없어 구입하지 못하면 베껴야 했다. 방학 때면 방학숙제 책 베낌은 다반사였다.

학교도 대부분 마을에서 부역으로 건립을 했었다. 마을마다 학교운영기금을 별도로 마련을 하는 부락도 있었다. 그렇지 못하는 부락은, 바다 일부분을 지정하고 기성회 바다가 그 실례다. 아이들 유일의 배움의 장소였던 학교일에는 모두가 솔선했었다. 학교 부지도 손수 내놓다 시피 했다. 시대적 추세였다.

체육, 농업시간이나 방과 후에는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가 꽃밭을 만들고 운동장을 고르기 위해 나르던 돌과 흙 일로 손, 발, 등, 어깨에 피멍이 들고 물집이 생겨 진물이 나곤 했었다. 그 때는 육체적인 노동력이 유일한 인력 수단이었다.

전기, 냉난방 시설은 엄두도 낼 수 없었던 시절, 겨울을 나기 위해 늦가을이면 나무나 솔방울, 마른 쇠똥을 주어야 했다. 난로도 교무실 한 곳 밖에 없었다. 교실 바닥도 널판자여서 겨울이면 시린 발 때문에 울곤 했었다. 춥고 배고프던 시절을 생각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산업이 발달되고 교육환경이 도심권으로 집중 되면서 젊은 세대들이 일자리를 찾아 농촌을 떠나고 있다. 때문에 농촌에는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만 남고 아이들 울고 웃는 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이런 학생 수의 감소로 인해 2000년 3월 1일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통합 '연평초·중학교'로 운영되었다

6백여 명이 넘었던 초등학생은 백여 명도 되지를 않고, 중학생도 오십여 명이 채 되지 않은 실정이다. 학교시설은 전국 최고를 자랑하지만 학생 수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핵가족에 수반되는 제 자식 잘 키우겠다는 사교육 문제도 있는 듯 싶다.

섬 속에 섬, '우도초·중등학교'는 흙냄새가 향기롭고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사계절 자연풍광이 뛰어난, 인정이 넘치는 학교라 감히 자부한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선생님들은 늘 가족적인 분위기로 학생들을 대하며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학교에 일어나는 여러 사안들을 지역주민들에게 설명한다.

또한 학생들 역시 관광지에 걸맞게 지역 해설사로서의 소양을 갖출 수 있는 현장학습 중심의 교육을 받고 있다. 초등학교 어린이를 둔 공직자들은 기회가 된다면 우도에 근무지를 지원하여 일정 기간만이라도 아이들에게 살아가는 데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

대부분 학교명은 지역 지명을 그대로 붙였다. '우도면'도 종전의 '연평리'였을 적에 '연평'이라는 행정구역 지역 명칭으로 불리어 왔다. 1986년 4월 1일 행정구역이 '우도면'으로 승격이 되었지만 학교명은 계속 '연평초중학교'로 불리다 동문들과 지역주민의 여론을 수렴하여 2010년 3월 1일부로 '우도초·중학교'로 학교명이 변경되었다.

이로써 2009학년도 초등학교 72회, 중학교 54회 졸업을 끝으로 '연평'이란 학교명은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되었다. '우도초·중학교' 표지석 제막에 남다른 감회가 인다.

강  영  수
제주시 우도면 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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