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후진국이라고 하는 사람은 요즘 보기 힘들다. 선진국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적어도 중진국 이상인 것만은 분명하다. 선진국이란 경제력 세계 10위만으로 될 수 없는 뭔가가 필요하다.
돈만 많다고 남들이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니고 법과 제도, 정신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야 하는 것이다. 선진국이란 극히 가난한 사람이 적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할 수 있을 때 부여받는 이름이다. 수입이 적어 끼니를 해결하지 못할 처지의 사람도 사회 복지 정책의 도움으로 먹고 사는데 큰 걱정을 하지 않는 다면 선진국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아직도 많다.
현재 만 60세 이상 노인가구의 25%는 절대 빈곤층이다. 이들은 3인 가정 최저생계비인 월 108만원의 3분의 1이 월 36만 원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한국개발원 고령화종합보고서, 2008). 현재 정부가 이들에게 더 이상 생계비를 늘려 지급할 생각은 없는 듯 하다.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을 위해서는 시간과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극빈층의 최저 생활 향상에는 너무나 인색하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멀쩡한 보도블록 갈아치우기, 아파트 주변에 공원 만들기, 정자 짓기, 등산길 곳곳에 난간다리 설치하기, 단체장 이름 내는 행사에 막대한 경비 쏟아붇기. 이런 일도 전혀 필요 없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힘없는 사회적 약자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일이 우선 돼야 한다는 생각은 할 수 없을까?
무상급식 ‘전부 아니면 전무’ 생각 버려야
초중고 무상 급식문제가 선거 쟁점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전면 무상급식은 좌파적 사고로 부자집 아이까지 급식비를 받지 않는 것은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 과 민노당 등 야당은 학교에 다니는 모든 아동은 교육의 일환으로 무상급식을 해야 하고 누구는 돈을 내고 누구는 돈을 내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에 가까운 프랑스의 경우 학교 급식비를 받고 있다.
대학교 등록금이 우리돈 20~3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무상 교육에 앞서가는 프랑스가 급식비를 받고 있다니 의아할 지경이다. 그런데 알고보면 급식비가 가정 형편에 따라 다르다. 부모의 소득 수준이 높으면 평균 금액보다 더 내고 소득이 낮으면 거의 내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적게 낸다. 필자는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미 저소득층에게는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있다. 가정 형편이 넉넉한 집은 급식비 정도는 내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프랑스처럼 누가 얼마를 내는지 공개하지 않으면 된다.
정부에서는 지금도 다른 아이들이 모르도록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미덥지 않은 것이다. 세련된 시행 방안만 갖춘다면 야당에서도 전부 아니면 전무라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형편에 따라 급식비를 받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재 일부 학교에서는 어떤 학생은 외국으로 수학여행을 가고 어떤 학생은 국내로 수학여행을 가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같은 반 학생들에게 빈부를 차별하고 모멸감을 주는 비 인간적 처사 아닌가. 급식비는 누가 얼마를 내는지 모르게 할 수도 있지만 수학여행지는 모르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선진국이란 진정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불쾌한 감정을 갖지 않으면서 사회의 한 일원으로 정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회이다. 언제까지 후진국처럼 한쪽은 예산이 넘쳐나고 한쪽은 쫄쫄 굶고,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양분돼야 하나? 돈이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물 흐르듯 흐르고 양쪽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을 때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김 종 현
기획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