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취업자의 근무시간이 갈수록 줄고 있다.
통계청 제주사무소가 최근 발표한 ‘2010년 2월 제주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도내 취업자의 1주간 평균 취업시간은 37.5시간으로 1년 전 43.6시간에 비해 6.1시간(14%)이나 감소했다.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18만4000명으로 전년 2월에 비해 18.5%(4만2000명) 감소했다. 반면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64%(3만2000명) 증가한 8만2000명으로 조사됐다.
36시간 미만 취업자 중 1~18시간 미만은 1만9000명, 18~36시간 미만은 6만2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53.6%, 67.9%가 늘어났다.
이처럼 단시간 근로자가 증가한다는 것은 임시․일용직 등 고용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경기불황에 따라 제조업과 매장 등의 정규직 채용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중소기업현장 기피 문제
최근 취업난으로 아르바이트 시장에 뛰어드는 20대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20대의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현상을 꼬집은 것이다. ‘88만원’은 대한민국 전체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 약 119만원에다가 20대의 임금비율 74%를 곱해서 나온 것이다.
대학 졸업생들이 살벌한 취업전쟁을 벌이지만 정작 도내에는 고학력자들의 구미에 맞는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데서 문제가 시작된다. 88만원 세대에 편입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상당수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안정된 직장을 찾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지금은 평생직장의 시대가 아니다. 애초의 희망과는 다른 직장이라도 우선은 다니면서 자신의 능력을 개발해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젊은이들이 생산직을 기피해서 그렇지 도내엔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 중소기업 생산현장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난리다. 청년백수는 늘어나는데도 중소기업 등 기업 현장에서는 구인난으로 아우성이다.
20대들이 정규직으로 갈수 있는 일자리가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파트타임으로 일하거나 도서관에서 기약 없는 취업공부를 하는 것은 개인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올바른 직업관 형성 필요
현재 많은 대학생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 바쁘고, 토플 등 영어시험에 목매달고, 교사 등 안정적인 자격증 따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에 불안을 느끼는 학생들은 졸업을 유예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제주사회의 미래 주역들이 만사 제치고 ‘안정적인 직장찾기’를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
글로벌시대 한 지역의 경쟁력은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진 인적자원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에 달렸다. 청년들이 취업준비에 과도하게 매몰돼서는 창의적 인력의 양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좀 더 많은 고급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제주도 당국과 지역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당사자들의 올바른 직업관 형성도 이에 못지않게 절실하다.
한 경 훈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