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좌판, 상처 많은 도마 위에/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나지 않을/ 부릅뜬 동태 한 마리 뻗대고 누워있다
살짝 비켜가는 뭉툭한 식칼의 단면/ 뼈대 있는 가문을 해체하는 저녁답/ 영하의 겨울 햇사이 빗금 긋고 지나간다.
속으로 우는 것들은 울음도 오기가 있어/ 루게릭 병자처럼 발끝부터 저며져도/ 앙다문 삼백육십일 눈으로도 별을 봤다.
(송인영 작-동태)
송인영씨(사진)가 시조시학 신인작품상을 수상했다.
송 씨가 내놓은 작품은 김장겨울목련동태서문기름집야곱의 강 등 모두 5편.
송 씨의 작품은 풋풋하다. 작품 행간에는 이 땅의 소외된 것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있다. 기교보다는 힘과 서정이 함께하는 사유의 깊이가 더욱 신뢰를 준다.
동태는 명태를 얼린 생선. 작가는 재래시장 자판 위에 굳어있는 동태를 보고 동태는 눈을 부라린채 그런 작가를 응시한다. 작가는 자신의 몸을 내놓고 있는 것을 속으로 운다고 표현했다.
루게릭 환자처럼 자판 위에 온 몸이 굳은채 누워있어도 눈으로는 별이란 희망을 보고 있는 동태. 이런 동태란 매개물을 통해 삶이 힘들어도 그 곳에는 희망이란 결코 놓을 수 없는 소중한 것이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송 씨는 수상소감에서 그간 자신이 겪었던 고통의 시간을 되뇌이면서느닷없이 밀려온 홍수처럼 당선 소식이 두렵다면서 나태하지려는 나를 다잡기 위해 시인의 방이라 불리는 보일러가 들어오지 않는 옥탑방을 오른다고 말했다.
송 씨는 서귀포시 표선면 출신으로 제주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기교보다는 힘과 서정이 있는 작품 평…김장ㆍ겨울목련ㆍ동태ㆍ서문기름집ㆍ야곱의 강 등 작품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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