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성적 제한 등 대출조건 까다로워” 지적
정부가 서민 자녀들의 학자금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 도입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든든학자금.ICL)’가 정작 수혜대상인 대학생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이자가 5.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데다 복리로 적용되고 성적도 평균 B 학점 이상 받아야 하는 등 대출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가혹한 조건 때문에 이 제도를 이용하려고 신청했다가 탈락하는 대학생도 상당수에 달해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8일 민주노동당 제주도당에 따르면 지난 3일 현재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이용을 신청한 제주지역 대학생은 1696명으로 이 가운데 55.9%인 949명만 학자금 심사를 통과했다.
나머지 747명(44.1%)은 평균 B 학점 이상으로 제한된 성적 요건 등에 걸려 무더기로 탈락했다.
신청자 10명 중 4명 이상이 학자금 대출을 신청했다가 떨어진 셈이다.
지금까지 대출 신청 건수와 심사 기준으로 볼 때 이달 말까지 추가 신청 접수를 감안하더라도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학생은 도내 대학생 3만여명 가운데 4% 수준인 1000명(4%) 정도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 대학생의 40%가 이 제도를 이용할 것이란 정부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문제는 최저생계비(올해 기준 132만6609만원)만 벌면 무조건 갚아야 하고, 연체이자도 복리로 계산돼 원리금 부담이 크다는 데 있다.
게다가 평균 성적이 B학점 아래로 떨어지면 제도를 이용할 수 없고 내신과 수능이 6등급 미만인 신입생도 신청할 수 없는 등 학점 제한 규정이 까다로운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군복무 기간에도 이자가 부과되는 남학생들은 더욱 불리한 처지다.
교육과학기술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 5.8% 이자에 매 학기 400만원씩 3200만원을 빌린 뒤 연봉 1900만원인 직장에 취업한 경우 25년간 초과소득금액의 20%씩 갚는다면 원금의 3배 가량인 9705만원을 갚아야 한다.
제주대 2학년 이모씨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는 이자도 비싸고 성적 제한도 있어 재학생들일 수록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노당 제주도당 관계자는 “등록금을 낮추려 노력 없이 학생들에게 미래 상환부담만 지우는 방식은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며 “부자감세와 4대강 사업을 포기하고 그 예산으로 제도를 보완하는 데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