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한라산엔 노루는 있지만 사슴은 없었다. 그런데 지난 2007년 5월부터 한라산록에서 사슴 몇 마리가 관찰되기 시작했다. 그 2년 뒤 2009년 9월에는 사려니 숲길에서 붉은 사슴 12마리가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 됐다. 또한 이 일대에서 꽃사슴까지 가족군(家族群)을 이루어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사실을 밝힌 국립산림과학원 난대림 연구소 측은 “이 사슴들은 외래종으로서 사육농장에서 탈출한 것들”이라는 견해를 내 놓았다.
아마 이러한 견해가 맞을 것이다. 원래 한라산에 없던 사슴들이 어느 해 갑자기 나타났으니 말이다. 사육농장을 벗어난 왜래 사슴들이 한라산 숲속에서 여러 해 번식을 하면서 야생화(野生化)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이 사슴들은 노루에 비해 몸체가 크고 높은데다 먹음새와 새김질이 좋아 풀과 나무 잎을 마구 먹어 치운다고 한다. 그래서 난대림연구소는 걱정인 모양이다. 산림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자연 자원을 훼손하지 않을까 해서다. 더구나 국제인증림인 사려니 숲 희귀식물이 걱정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사슴들은 어쩌면 우연이라는 기회가 한라산에 내려 준 자원, 특히 관광자원인지도 모른다. 보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야생화 해가는 이 왜래 사슴들은 추방의 대상이 아니라 노루 이상으로 보호할 대상인지도 모른다. 사려니 숲처럼 보호할 지역이 있으면 시설물 설치로 동물 출입을 막으면 된다.
선조들은 도내 각 마을 별로 상잦, 중잦, 하잣 등 성을 이어 한라산 일대를 자연 목장으로 삼았다. 그리고 거기에 수만 마리 소와 말을 사철 방목했지만 지금보다 자연환경이 더 잘 보호됐다. 수백 년간의 경험으로 입증한 바다. 환경파괴는 사람이 하지 동물이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슴으로 인한 자연 훼손은 기우일 수도 있다. 야생화 과정의 한라산 외래 사슴을 단순히 배척의 동물로 삼지 말고 활용가치가 높은 보물로 검토했으면 한다. 까치 등 해조(害鳥)와는 다르다. 1970년대 많은 예산을 투입, 알래스카 사슴을 들여다 견월악에서 방목 시험을 했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실패 원인은 실로 엉뚱한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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