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명절날(구정)에 있었던 일이다.
어떤 분이 렌트카를 운전하고는 우리 파출소에 들어오더니 주유소를 찾아 달라고 했다. 가만히 보니 차에 여자 분이 한 명 타고 계시면서 내리지 않고 남자분만 들어왔다.
연휴를 낀 가족 여행객(이하 민원인으로 표시한다)이었다. 그 분 말로는 파출소로 오면서 여러군데 주유소를 봤는데 한 군데도 문을 연 곳이 없더라. 렌트카에 기름이 떨어져 비상등이 켜진지 오래다면서 주유를 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우선 그분에게 커피를 한 잔 드리고 인터넷으로 관내 주유소를 조회하면서 전화를 해봤지만 역시나 전화를 받는 데가 없었다.
도리없이 인근 주유소를 찾아가 주유소 사장님을 직접 만나 부탁할 요량으로 가까운 주유소를 찾던 중 사장님이 있는 주유소를 발견하고는 그분에게 급한 분이 계셔서 그러니 기다려달라고 부탁하고는 곧바로 파출소로 돌아와 기다리던 관광객에게 마침 문을 연 주유소를 찾았으니 순찰차를 따라오게 하여 주유를 하도록 도왔다. 그것뿐이었다. 그런데 그 민원인은 연휴가 끝나고 약 10열이 지난 후 고향으로 간 후 전화로 “지난번 주유 때문에 애를 먹었던 관광객입니다.
덕분에 즐거운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가족들이 아무 탈없이 고향으로 돌아와서 회사를 잘 운영하고 있다. 그 때 너무 고마웠다. 제주도가 참 아름답더라” 라는 등 감사의 표시를 했다. 사실 누군가를 칭찬하는 것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닌데 굳이 고향에 간 후에도 전화를 해주시다니 내가 그렇게 잘했나.
솔직히 의문이 들 정도였다.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도 한편으로는 너무 고맙고 또한 너무 즐거웠다. 민원인들의 요청이 별것 아닌 것 같더라도 최선을 다해 민원인의 입장을 헤아리면서 응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순간이었다. 칭찬에는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는가.
언제나 경찰이 잘못한 일들이 뉴스를 통해 올라오고 그에 따라 비판이 이어질 때면 어깨가 무거워지기만 한다. 이럴 때 우리 경찰관들에게 칭찬 한마디로 어깨에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 아주 조금만 잘해도 크게 잘한 것처럼 칭찬해주고 아껴준다면 더욱 더 많이 칭찬받는 경찰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겠나 싶다.
최 문 석
제주동부경찰서 구좌파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