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밤이 두려운 남자
[세평시평] 밤이 두려운 남자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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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밤 - 이것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건강한 사람이나 아픈 사람이나 모두 그것을 두려워한다. 그것은 모든 사람은 숙면이 자신의 건강을 유지 시켜주고 심신을 진정시키며 원기를 회복시켜주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는 숙면을 그리며 아내와 같이 찜질방에 갔다. 찜질방에는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시켜 먹는 사람, 땀 방에서 땀을 빼는 사람 등등 자신들의 취향대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나이도 들고 해서 구석자리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일단 땀을 좀 빼고 나서 주위가 익숙해질 즈음 저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일정한 리듬으로 들리더니 점점 요란 해진다. ‘드르렁 드르렁’ 한동안 조용하다가 갑자기 ‘푸-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가하면 불도저 구르는 소리가 나기도 한다. 아내가 “당신과 실력이 비슷한 것 같수다.” 하고 한마디 던진다. 그날 밤 찜질방에서 이럭저럭 코골이에 견디다 집으로 빨리 와버렸다.

나도 찜질방에서 잠을 잔 이력은 많이 가지고 있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자식이 서울 큰 병원에 입원 했을 때 그 병원에는 가족 한사람만이 환자 곁에 잘 수 있고 나머지 가족은 밤에 외박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병원 근방에는 여관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나는 많은 날밤을 인근 찜질방에서 하얀 밤을 보낸 기억을 가지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서울에서 꽤 큰 찜질방이었다.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찜질이 목적이 아니라 숙박이 목적인 사람들이 많았다. 겨우 잠자리를 잡고 있다가 화장실 갔다 오면 누울 자리와 덮었던 담요는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 찜질방이었다. 그 당시 새까맣게 탄 나의 마음이라서 인지는 모르지만 코고는 소리 때문에 불편 했던 기억은 없다.

지금은 마음의 배가 부르고 나태해진 나의 성미 때문인지, 아니면 나이가 드러서 인지 몰라도 잠자 것이 까다롭고 어렵다. 사람은 잠을 같이 자봐야 안다고 한다. 그건 사람을 외양만 봐서는 알 수가 없고, 성품이나 버릇 같은 것을 겪어봐야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함께 밤을 지내면 사람 됨됨이뿐 아니라

생각도 못한 것을 알게 될 수도 있다. 젊은 시절 출장길에 어떤 선배와 같이 자게 되었는데 그이 코골기에 밀려 다른 방에서 밤을 보낸 적도 있다.

그러던 내가 언제부터인지 코를 골게 되었다. 처음에는 술을 마셨거나 피곤 할 때만 그랬는데 지금에는 평소에도 코를 골게 되어버렸다. 나의 코골이와 같이 나타난 것은 내 아내의 예민한 잠 스타일이다. 나의 코골이보다도 더 큰 문제는 아내의 신경예민이다. 문을 여는 소리에도 잠을 깨어 버리는 것이다. 언젠가는 지인들과 한잔하고 집에 와서 자다보니 옆에 있어야 할 아내가 없어 졌다. 비틀비틀 일어나서 ‘여보’를 부르며 찾다가 설마하며 빈방을 열어봤는데 아내는 그 빈방에서 자고 있었다.

부부가 떨어져 자면 정도 멀어진다는 아내였지만 잠잘 때만은 각자 방을 쓰자고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잠잘 때는 다른 방을 쓰고 있다.

배우자가 코를 골면 일생 3년 이상 잠을 뺏긴다고 한다. 하루 몇 시간씩 2. 30년을 함께 지내면 이런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숙면을 못해 만성피로에 집중력부족을 일으키고 성기능도 저하 시킨다고 한다. 미국의 어떤 주에서는 코골이를 이혼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성인의 30 - 50%는 코를 고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60세가 넘으면 남자는 60%, 여자는 40%가 코를 곤다고 한다. 남도 다하는 것이지마는 코골이는 남에게 불편과 불쾌감을 주고 수면을 방해한다. 고의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과 같이 잘 때는 밤이 두려운 것이다.

혹시 나와 같이 밤을 새울 때 나로 인해 밤잠을 설치는 가족포함 모든 이들에게 속죄의 마음으로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잠 설치는 밤에는 오직 고동의 가슴을 울리는 심정으로, 이제까지 말해진 적이 없는 새로운 언어로, 깨어난 꿈의 힘으로, 밤을 마법의 안경으로 활용 하십시오. 잠을 잃어버린 어둡고 조용한 밤에는, 살아 있는 그대로 이 험난한 삶에서 하얀 밤은 어떤 큰 인연이 우리를 구해 주려고 한다는 생각을 가질 것을 권하며 변명과 위안을 해본다.

김  찬  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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