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칼럼] “선거는 최악을 골라내는 작업”
[김덕남 칼럼] “선거는 최악을 골라내는 작업”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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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좌우하는 순간의 선택

“순간의 선택이 십년을 좌우 한다” 가전제품 광고 카피다. 한 때 쏠쏠한 재미를 가져다 줬던 광고다.

십년을 써도 끄떡없는 가전제품.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제품이 쏟아져도 품질에 대한 신뢰성은 고객의 구매욕을 자극하기마련이다. 이러한 광고카피는 간지럼 태우듯 교묘하게 소비자 심리를 충동질 한다.

미래를 좌우하는 ‘순간의 선택’은 소모품에 불과한 가전제품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살이 모두가 여기와 짝패를 이룬다.

나라의 흥망성쇠(興亡盛衰)도, 개인사 길흉화복(吉凶禍福)도, 따지고 보면 ‘순간의 선택’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나쁜 곡식에서 좋은 종자를 얻을 수 없다. 되돌아 말하면 나쁜 씨앗에서 좋은 곡식을 기대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순간의 선택’도 마찬가지다. 나쁜 선택은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좋은 선택이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필연이다. 불가(佛家)의 인과응보(因果應報)도 중생의 선택지에 대한 문제풀이다. 선업(善業)과 악업(惡業)에 대한 되갚음인 것이다.

그만큼 모든 선택은 중요하다. 국가의 미래가 거기에 달려있다. 사회발전의 변수도 선택에 있다. 개인의 영달도 여기서 좌우된다.

최대변수는 유권자 의식

‘선택의 순간'이 다가서고 있다. 도지사와 교육감과 도의원을 뽑는 '6.2지방선거일'이 석 달 앞이다. 도민이 직접 4년간 일할 지역 일꾼과 지도자를 선택하는 날이다.

제주미래의 명암이 이날 선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희망과 발전의 밝은 색상일 수도 있고 실망과 좌절의 어두운 그림자일수도 있다.

“어떤 인물을 선택하느냐”가 변수다. 여기서 깨어있는 유권자의 변별력이 요구된다. 혈연이나 지연, 학연이 동원되는 연고나 온정주의에 뒤죽박죽 섞이어 정신을 못 차릴 것인지, 아니면 눈 밝혀 부적격자를 골라내는 냉철한 이성을 동원할 것인지는 순전히 유권자의 몫이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유권자의 것이다.

“선거란 최선의 후보를 뽑는 과정이 아니라 최악의 후보를 골라서 떨어뜨리는 정치행사”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 순도 100%의 인물은 없다.

선거에서 최악을 골라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선(最善)은 아니더라도 최악(最惡)보다는 차악(次惡), 차악보다는 차선(次善)을 선택하는 작업이 선거다. 농부가 씨뿌리기에 앞서 썩은 씨앗을 골라내는 작업과 같다. 이것이 선거의 심판 적 기능이자 생산적 기능인 것이다.

누가 더 부도덕하고, 누가 더 비윤리적이며, 누가 더 탐욕과 이기심 덩어리인지를 분별하여 골라내고 심판하는 일이다.

도덕성 검증은 절대 필요

거론되는 ‘6.2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들이 많다. 제주지역의 경우, 자천타천의 도지사와 교육감 출마예상자만 열 손가락을 꼽아도 남는다. 그만큼 유권자의 선택지가 많아진 것이다.

그러나 걱정 할 필요 없다. 유권자가 깨어 최악을 찍어내다 보면 차악이 드러날 것이다. 차악을 골라내다 보면 차선이 나타나지 말란 법도 없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이들을 골라내는데 온정주의적 감정 이입이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연고주의에 홀려 의식이 몽롱하게 취해버리는 일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최근 제주 여민회 등 도내 13개 시민단체에서 ‘도덕성 결함의 행적’을 들어 특정 도지사 출마예상자에게 ‘출마 포기’를 종용하고 나섰다.

대법원의 성희롱 확정 판결로 1000만원의 배상을 했던 부끄러운 성적 스캔들 전력이 있고 선거법 위반으로 도지사 재선거의 원인을 제공했던 사실을 들어 “도민에 사과하고 선거출마를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이는 도덕성 검증을 통해 ‘최악의 후보자’를 추방하자는 시동이나 다름없다. 이로써 도덕성 검증이 ‘6.2 지방선거 최대 변수’로 작용할 개연성이 커졌다.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검증은 깨끗한 선거풍토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시민단체의 문제제기는 공직을 노리는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6.2 지방선거’는 공직 희망자의 모럴헤저드를 파헤치는 일일수도 있다.

부도덕한 후보자를 골라내는 것은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걸러내는 일이다. ‘성희롱 스캔들 지도자 선택’이라는 전국적 비웃음이나 망신살을 사전에 차단하는 일이다. 이는 유권자의 냉철한 선택으로서만 가능한 일이다.

김  덕  남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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