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잔여(殘餘)임기 4개월여의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임기 3개월짜리 제주시장을 새로 임명할 방침이라고 한다. 강택상 제주시장이 6·2지방선거에서 도지사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사퇴했기 때문이다.
김태환 지사가 밝힌 초단명(超短命) 제주시장 임명의 필요성은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김 지사의 설명은 “앞으로 3개월이 중요한 시기여서 시정(市政)을 확실히, 그리고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새 시장 임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 지사의 이러한 설명은 초단명(超短命) 제주시장을 임명하기 위한 명분으로서는 크게 부족하다. 다만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다시 말해 그것은 제주도와 제주시 행정의 효율성이나 안정성을 추구하기보다 도리어 그 것들을 저해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신임 시장 임명에 따른 시간과 인력, 예산의 낭비만을 자초할 뿐이다. 왜 그런가. 김 지사 말대로 제주시장 잔여 임기 3개월이 중요하다면 더욱 직무대행 체제로 가야 한다. 그래야 그 짧은 기간 시정을 재빨리 안정시키고, 행정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그렇지 않고 과도기적 초단명 시장을 임명할 경우에는 효율성도, 안정성도 없다. 공개 모집을 거쳐 면접을 실시하고, 인사위원회를 여는 등 임명 절차를 밟다보면 이달 중순도 훌쩍 뛰어 넘는다.
취임식이 끝나서 시 본청과 각동, 각 읍면의 현황 파악을 하는 데도 달포가 걸린다. 현황 파악에 무슨 달포냐고 할지 모르지만 번갯불에 콩 볶는 식의 부실 현황파악이 아니라면 그게 긴 시일이 아니다. 그러다보면 퇴임할 때가 다가온다.
도대체 어느 시일에 초단명시장이 시정의 효율을 높이고, 안정을 되찾는 다는 말인가. 잔여 임기 3개월이 중요한 시기라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그 시기를 잘 넘기기 위해 직무대리 체제로 공백 기간을 잘 넘기도록 해야 옳다.
김 지사 자신이나, 기용 될 경우의 시장, 후속인사에 따른 국장 등도 반기기만 할 일이 아니다. 도지사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김태환 지사 사람들이라고 오해를 받을지도 모른다.
김 지사 자신도 곡해(曲解)될 수가 있다. 마음을 비워 도지사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 했으면 난센스 같은 3개월짜리 제주시장 임명에도 마음을 비워야 한다.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