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돌 많고, 바람 많고, 여자가 많다는 三多島, 도둑 없고 대문 없고, 거지 없다는 三多島라는 상징어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삼다도는 각박한 풍토를 이겨내며 살아 온 제주인들의 자립 개척의 정신적 표현이고, 삼무도는 섬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평화의 이미지다.
그러나 또하나의 상징어인 三寶의 섬 이라는 말은 아직도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삼보는 바다의 보배, 식물의 보배, 언어의 보배를 일컷는다. 사면으로 둘러싸인 바다는 제주 사람들의 생활의 터전이고, 1,800여종의 자생식물은 섬 전체가 자연사박물관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여기에 언어의 보배가 유다른 관심을 끈다. 국어 학자들은 제주를 언어의 보물창고라고 부른다. 그리고 제주도의 언어학자들은 제주사투리 제주방언이 아니라 濟州語 또는 제주말이라고 그 위상을 정립하고 있다.
제주인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표준어를 쓴다. 그러나 사적인 대화나 모임에서는 제주말로 대화한다. 육지부에서 오신 분들은 외국에 와 있지 않는지 착각할 때가 있다. 제주어는 축약이 심하다. 왕 방갑서(와서 보고 가십시오), 강 방 왕 ?라 주쿠다(가서 보고 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르방(할아버지), 할망(할머니), 아방(아버지), 어멍(어머니) 등 일상속에서 사용하는 말들이 축약이 심해 그 의미가 확 떠오르지 않을때가 많다.
수 많은 제주어 가운데서도「느영 나영」이라는 말이있다. 제주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일상어이기도 하다. 이 아름다운 음운을 지닌「느영 나영」이라는 제주어는「너랑 나랑」즉「우리」라는 뜻을 나타내는 데 색다른 감동을 자아내는 말이다. 「느영 나영 놀게(너랑 나랑 놀자)」,「느영 나영 둥그데 당실(너랑 나랑 덩실 덩실)」등 그 사례도 수 없이 많다. 이 조약돌 같은 한마디 말속에서「너와 나」의 공동체 의식을 읽을 수 있으며, 그것이야말로 제주 문화 또는 제주인의 정신적 특성임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상호 공존의 조화의식이 오늘의 제주를 일구워낸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토속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제주어가 사라저가고 있어 아쉽다. 텔레비전의 발달로 말미암아 민속조사 현장에 가면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도 표준어로 말하기 때문에 난감할 때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아예 학생들은 제주어 말하기가 외국어 보다 서툴기만 하다. 탐라문화제에 제주어 말하기 대회가 있는데 그 자리에 가보면 한복 입고 자전거 타는 것처럼 어색하기만 하다. 제주어의 기록 보존 사업의 하나로 <제주어 사전>과 <제주속담사전>이 발행되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제주어 교육은 일상생활에서부터 학교의 교과과정까지 이루어저야 가능하다. 다시 한번 제주어의 귀중함을 되돌아 볼 때다. ‘이녘네 말도 못 골으멍 놈이말 호는게 우수운 거주’.
논설위원 현 춘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