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朝三暮四 식 ‘조기 발주’
[사설] 朝三暮四 식 ‘조기 발주’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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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례행사처럼 해마다 시행되고 있는 각종 공사의 조기발주(早期發注)가 도리어 크고 작은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다고 한다. 이 ‘조기발주’ 시책은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 등이 경제난에 부딪쳤을 때 곧잘 선호하는 타개책이다.

지난 10여 년 전 외환위기 때도 그랬고, 최근의 뉴욕 발(發) 경제위기 때도 그랬다. 작금년도 마찬가지다. 원활한 자금유통 정책은 펴지 않고, 경제 활성화란 듣기 좋은 말로 포장된 ‘조기발주(早期發注)’로 빤짝 효과만을 노리고 있다.

사실 1년에 걸쳐 발주할 공사들을 연초에 몰아서 발주하면 공사금액이 거의 동시 다발적으로 풀려 그 기간만은 지역 경제가 다소 풀린다.

하지만 해마다 이 수 법만 쓰다 보니 그해 하반기에 이르면 건설공사뿐이 아니라 관발주(官 發注) 대부분의 사업들이 바닥나 경기가 더욱 위축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단기간 내 한꺼번에 몰아치기 발주 결과 무리가 따라 부실공사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들이다.

그리고 성격상 조기 발주해서는 안 될 사업까지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 예상외의 부작용이 튀어나오기도 하는 모양이다.

또한 발주청에서는 금융이자 손실까지 입는다. 제주도 등에서는 일반적으로 공사 시행시 노임, 자재비, 임차료 등 도급자가 필요할 경우 선금을 제한적으로 지급하고 있으나 조기발주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실적 위주로 일괄지급하다 보니 금융이자 손실이 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부나 자치단체는 이런 무리수를 왜 두는가. 국민과 지역주민을 달래기 위한 속임수에 다를 바 아니다.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면 자금 유통 통로를 터 주어야지 1년치 공사를 연초에 몽땅 발주한다 해서 나아지는 것은 없다.

 1년 총 사업과 사업비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원숭이에게 과일을 아침에 셋, 저녁에 넷 주는 것이나 아침에 넷, 저녁에 셋 주는 것이나 하루 일곱 개를 주는 것은 꼭 같다. ‘조기발주’가 ‘조삼모사’와 다른 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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