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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완도 보길도와 제주를 잇는 해저터널 건설사업과 관련한 도 당국의 어정쩡한 행보에 비판이 일고 있다.
단순논리만으로도 제주와 전남지역 간 해저터널 건설은 양 지역을 천지개벽 시킬만한 역사적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제주의 역사가 기록된 이래 도민의 염원했던 연륙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대역사(大役事)다.
그러나 이러한 해저터널 등 제주와 육지를 연결하는 도민 연륙의 꿈은 말 그대로 꿈의 차원에서만 논의되어 왔을 뿐이다.
공사규모나 공사기간, 예산확보 등이 제주도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규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이야기 되던 ‘제주-전남 해저터널 계획’은 지난 2007년 김태환 제주지사와 박준영전남지사간 공동추진 약속을 함으로써 수면위로 떠올랐다.
두 자치단체장은 ‘제주-전남 간 해저터널’건설에 공동보조를 취하고 노력하여 이를 실현하는데 협력한다는 공동기자회견을 했었다.
이 역사적 건설 사업은 제주와 전남지역 발전에 획기적 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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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같은 양측 도지사 협력방안이 논의 된 후 정부차원에서도 관심을 갖고 구체적 추진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토행양부는 다음 달부터 내년 5월까지 사업비 10억원을 들여 제주-호남 간 해저고속철도 건설에 대한 타당성 용역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이에 앞서 국책연구소인 한국교통연구원은 2008년 12월 제주-호남 간 고속철도의 사업타당성이 충분하다며 국가계획에 반영해 건설해야 한다고 제안했었다.
교통연구원은 보길도-추자도-제주를 연결하는 73km의 해저터널을 건설할 경우 공사기간은 8년, 사업비는 8조8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 완공 후 서울-목포 간 고속철도와 연결하면 제주에서 출발해 서울까지 2시간 26분 걸린다는 계산까지 나왔다. 기상여건과 주야간에 관계없이 전천후 교통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체적 연구 자료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이 공사가 제주에 미치는 영향이나 실익, 장단점,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 검토해야 할 도 당국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뒷짐만 지고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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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도가 왜 해저터널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가.
일각에서는 해저터널 문제를 붙잡을 경우 신공항 문제가 관심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두 프로젝트를 감담 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관련용역을 실시하고 국책연구소까지 나서서 국가계획에 반영해야 한다고 실체가 분명한 제주-호남 해저터널 건설 사업을 불확실성이 더 큰 신공항 문제의 후순위로 밀어내는 것은 행정능력의 문제가 아니고 소심하고 옹졸한 행정 철학의 문제다.
그렇다고 신공항 건설 사업이 당장 추진되는 것도 아니다. 정부계획에 반영되더라도 실제 이뤄질지 여부 등은 산 넘어 산처럼 난제가 산적해 있는 문제다.
그렇다면 도 당국은 어느 한 쪽에만 매달려 힘을 소진 할 것이 아니라, ‘제주-호남해저 터널 팀’과 ‘신공한 팀’을 구성해 효율적으로 관련 프로젝트에 대응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저터널 관련 프로젝트는 전남도와의 공조체제까지 구축해 놓은 일이다. 양쪽이 힘을 합치면 그만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볼만하다. 임기 4개월 남은 김태환지사는 좌고우면(左顧右眄) 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