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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 100여일을 앞두고 제주의 선거분위기가 요동을 치고 있다. 도지사 선거 유력후보로 거론되던 김태환 현직 지사가 17일 전격적으로 불출마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김지사는 이날 ‘지금 제주도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있고 이를 놓치면 10년, 20년, 뒤처지기 때문에 한가롭게 선거에 휩쓸릴 여유가 없다’고 전제, “남은 기간 제주특별자치도 완성에 진력하겠다“며 불출마 선언을 했다.
김지사의 갑작스런 ‘3선 도전‘ 포기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추진과정에서 불거진 사회 갈등 현상 등이 결정적 요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지사는 제주해군기지를 추진하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하려고 했다면 해군기지는 유치하지 않았을 것이며 해군기지 유치는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며 국책사업의 당위성을 설명해 왔다.
김지사는 또 불출마의 변에서 ‘현직 도지사의 선거출마로 인해 겪어야 했던 공무원 줄서기나 편가르기 등의 갈등과 폐해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라며 제주의 미래를 위해 불출마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피력했다.
진짜 불출마 배경이 어디에 있건 김지사의 불출마 선언은 오는 6월2일 제주도지사 선거에 가장 강력한 상황변수로 작용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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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김지사의 불출마 선언은 당장 ‘세대교체’ 등 지도자 물갈이론을 촉발시키고 있다. 일각에서 구시대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되어온 김지사의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구시대적 인물들’은 2선으로 물러나고 새로운 인재, 새로운 인물을 선택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사실 이 같은 ‘세대교체론’은 지금까지 사회 저변에 깔려있었다. 공론화가 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러던 것이 김지사 불출마 선언으로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천타천에 의한 ‘6.2지방선거 출마 예상자들’이 거명되면서 일부 ‘구시대적 인사’들에 대해 “이제는 그만 해먹었으면 됐지”라는 부정적 기류가 형성되어 왔었다.
여론조사 지지율에 관계없이 제주도민을 부끄럽게 했던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과거 행적이나 이뤄놓은 것 없는 과거 치적, 제주사회를 갈등과 분열로 몰아넣었던 편 가르기 행태, 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재선거 원인 제공 등 이러한 인물들이 또다시 지방선거에 나오는 것 자체가 제주도민을 우습게 여기고 우롱하는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사회저변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저변의 기류가 김지사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수면위로 분출되고 이것이 ‘세대교체 바람’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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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김지사 불출마 선언은 공직사회의 선거 줄서기나 편 가르기, 관권개입 시비 등을 정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직 단체장이 출마할 경우 공무원들이 자의반 타의반 현직 쪽에 줄을 서는 것은 일반적 관행이다시피 했다. 그래야 현직이 당선됐을 때 신분안전 등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런 이유로 하여 소속 공무원들은 현직 당선을 위해 사실상 현직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이것이 관권선거 시비의 빌미가 되어왔다.
따라서 이번 김지사 불출마 선언은 공무원 사회의 선거중립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약삭빠른 공무원들이 지지율에 따라 여기저기 빌붙으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번 기회에 공무원 줄서기 폐해를 척결하지 않으면 공무원의 선거중립은 백년하청일 뿐이다. 아무튼 이번 김지사 불출마 선언이 ‘세대교체’ 등 제주에 새로운 선거바람으로 작용되어야 할 것이다. 도민의식이 깨어 있어야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