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관광’이다 ‘생태관광’이다 하면서 친환경을 강조해온 행정당국이 이와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임으로써 “겉과 속이 다른 행정을 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도로개발과 관련해서 생태환경의 문제가 발생했다면 소상히 원인을 밝혀내고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할 당국이 손쉬운 방법만을 선호함으로써 예산과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 되고 있다.
표선에서 성읍까지 5.6km구간에 형성됐던 구실잣밤나무 숲 터널의 존폐위기도 사실은 이 같은 행정의 무분별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는 수령 30년이상 구실잣밤나무 812그루가 색재 돼있다.
이로 인해 이곳은 전국에서 가장 긴 명품 숲 터널이 형성되었다.
그런데 이들 구실잣밤나무가 말라죽고 있는 것이다. 이미 800여 그루 중에 300여 그루가 말라 죽었다.
‘명품이 폐품’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도로관리 당국의 무리한 도로확장과 관리 부실 때문이다.
당국은 지난 2005년부터 이 구간에 대한 도로확장공사로 구실잣밤나무가 심어진 외곽 1m 부근에 우수관을 시설하면서 상처에 민감한 구실잣밤나무 뿌리에 상처를 내 버린 것이다.
이는 구실잣밤나무 생장에 치명적이었다.
그래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명품 구실잣밤나무 도로를 만들겠다던 당국의 계획이 우습게 되어버렸다. ‘
명품도로’는 고사하고 ‘폐품도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군데군데 고사목이 엉성하게 빈 가지를 드러내 흉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도 등 관계당국은 이곳 구실잣밤나무를 다른 수종으로 교체할 방침을 세웠다.
사실상 이곳에 식재됐던 30년이상 수령 구실잣밤나무 500여그루를 교체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예산과 시간 낭비도 그렇거니와 문제가 발생하자마자 수종교체를 기정사실화 하는 당국의 무분별과 무지가 더 문제다.
부실관리에 의한 문제는 놔둔 채 나무교체를 기정사실화 한다면 이 같은 일은 앞으로도 되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실잣밤나무 도로의 수종교체는 환경전문가와 식물생태 전문가 등의 자문과 철저한 조사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전에 관리부실 등 발생원인 조사는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