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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14일)이 설날이다. 추석과 함께 민족최대명절의 하나다. 특히 설 명절은 민족전례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이 날을 시작으로 나이도 한 살을 더 한다. 어른을 찾아 덕담을 들으며 가르침을 받고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세배도 설명절의 전통미덕이다. 설날에는 고향을 떠났던 이들이 고향에 돌아와 고단했던 몸을 녹이고 부모와 친지들과의 만남의 정을 나눈다.
떨어져 살면서 그리워하던 사람들이 서로 만난다는 것은 그 자체가 기쁨이요 즐거움이다. 설은 가진 것을 주고받는 ‘나눔의 명절’이기도 하다. 손에 손에 나눌 선물 꾸러미를 들고 부모를 찾는 자식들, 명절이 끝나 헤어질 때 나물이며 떡이며 밑반찬이며 바리바리 안겨줘야 직성이 풀리는 부모의 자식사랑은 아름다운 설날의 풍경이다.
먹고 살기가 힘든 타향살이에도, 경제적으로 모두가 어려운 경기한파 속에서도, 농사일이 더욱 고단한 농촌의 어려움 속에서도 명절에는 아껴뒀던 것들을 모아 선물을 준비하고 꾸러미를 마련하는 것이 자식마음이며 부모 사랑인 것이다. 그러기에 설 명절은 시대상황이 아무리 각박하고 날씨가 맵고 추워도 마음은 포근하고 정겹기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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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돌아봐도 지난날은 모두가 후회스럽기 마련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우리의 지난 일 년은 유난히 고달프고 팍팍했다. 나라살림도 그렇고 개개인의 가정사도 그랬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여파로 나라경제는 비틀거렸다. 실업자는 넘쳐났다. 실질적 실업자가 4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나라를 건강하게 짊어져 가야 할 청년들은 하릴없이 거리를 배회하고 절망을 삼키고 있다.
그렇다고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정신을 차린 것도 아니었다. 특히 정치지도자들은 입만 열면 상대를 욕하고 물어뜯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한다면서도 전기톱으로, 쇠망치로 국회를 박살냈다. 길길이 날뛰는 ‘공중부양 폭력 행위’는 세계적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세종시’다 뭐다하며 여ㆍ야가 편 갈라 죽자 사자 맨 날 싸움질이다. 정부와 여당 내 지도자라는 사람들은 서로 ‘강도’라며 뒤죽박죽 뒤엉켜 난장판이다. 그러기에 백성들의 마음은 편치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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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명절을 명절이다. 현실이 아무리 각박하고 정치지도자들에 의해 뒤틀려도 설명절의 의미를 더럽힐 수는 없는 일이다. 명절은 명절대로 보람 있게 지내면서 국가지도자나 정치인들의 잘잘못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깨어있는 백성들의 의식만 올곧게 세울 수만 있다면 이번 설 명절은 그래도 뜻 깊은 명절이 될 것이다. 마침 올해는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있다.
선거일이 오는 6월2일이니 설 명절을 기준으로 석 달 보름 남짓 남았다. 그래서 이번 설 명절에는 지방선거 출마예상자들에 대한 시시비비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역주민들에게는 4년에 한번 스스로 지역일꾼을 뽑는 최대 기회다.
그러기에 이번 설 명절은 누가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고 누가 성실하고 누가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허심탄회하게 주고받을 기회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설 명절은 그 어느 때 보다 뜻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저런 인연을 따지기 보다는 보다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성실과 도덕성을 갖춘 인물인지를 파악하여 지역일꾼을 뽑는 자료로 삼는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설 연휴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