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있으면 설날이다. 요즘의 설날은 30여전 내가 어렸을 때 설날과는 많이 변천되고 있다.
물론 농경 사회에서 산업화 사회를 거쳐서 정보화 사회에서 치르는 요즘설날 문화는 당연한 것이지만 60년 70년대의 설날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추스르고 삶을 이겨내는 그해의 초심이었고, 삶이 어려운 사람이나 여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사람냄새가 스며나는 생활 문화였다.
과거 60년 70년대의 설 전날은 이발소, 미장원, 모욕 탕은 밤늦게 까지 문전 성시를 이루었고 몇 시간을 기다리면서 이발, 모욕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단장하여 설날 맞을 준비를 했던 시절이었다.
요즘 설날 음식은 평상시 먹는 음식과 별 차이가 없는 음식이지만 과거 설날은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도 설날만은 특별히 마련한 제수 음식(쌀밥, 고기 적. 과일)으로 조상 앞에 차례를 지내고 친족과 이웃들이 정을 나눴던 설날 문화였다.
내가 어렸을 때는 설날은 며칠 전부터 집안 청소를 비롯하여 청동제기(祭器)를 재(타고난 뒤 가루)나 냇가 모래로 닦고 친족 어른들이 부엌과 마루에서 제사 음식을 만들었던 설날 풍경이 실루엣처럼 떠오른다. 이런 추억이 그립다.
지난 것은 모두 그리운 추억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과거 설날이 그리워지는 것인가? 살아있는 자들의 그리움은 끝이 없는 것인지 모른다.
이 그리운 설날 풍경들이 사라지고 있다. 물론 지금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져서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이 많은데 이런 그리운 추억을 소망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라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삶을 너무 기계적으로 시류에 타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외로운 사람과 여유 있는 자들의 설날문화 간격이 너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 여유 있는 자들은 외국 관광지 호텔에서 합동 설날 차례를 지내는 시대다.
아무리 핵가족 시대이고 시장경제 시대이니까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분들이 삶을 줄기면서 여행지에서 설날 차례를 지내는 것은 자신들이 자유 이고. 고유권리이다. 누가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중산층 서민들의 바람은 우리들의 정이 강물처럼 도도히 흐르는 사회를 바란다.
사람의 정이 강물처럼 도도히 흐르는 사회는 민족의 대 명절 설날만은 나보다는 가족을, 우리 가족 보다는 사회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거위와 오리가 다투지 않고 오순도순 살아가는 정이 살아있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망 서려지지만 개인주의가 우선되는 설날 문화는 집중 호우로 제방이 터져 나무뿌리까지 휩쓸어 버리는 어려운 사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면 세상을 너무 부정적으로 본다고 욕할 분들도 있겠지만 요즘 설날 문화가 직장은 물론이고 가정에 까지도 이 날이 명절이라기보다는 결산의 의미와 지불의 의미에서 근심이 원인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명절이 경비 문제에, 딸, 며느리 등 모든 여인들의 설날 준비 등 가사 노동에 거부감을 느끼는 짜증나는 통과의례로 변천 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매스컴에서 설날 연휴관광을 부채질한다. 설날을 도피하고 외국관광지에서 차례를 지낸다는 안내에 열을 올린다.
더불어 여인들의 설날노동 공포증으로 더욱 설날여행을 부추긴다. 나도 여인들만 설날노동을 하는 것에 동의하지는 못한다. 남자들도 설거지를 하고 설날노동을 같이해야 하는 세상이다. 이게 세상의 흐름이다.
그러나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들의 오랜 봉건적 남성위주의 생활문화에서 그 많은 고통과 억압 속에서도 우리 전통을 지켜온 인내의 여성들의 고귀한 생활상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의 고귀한 인내의 숨결은 삶의 뿌리를 만들고 가정의 정과 사랑, 사회의 온정(溫情)을 만드는 역할을 감당 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바탕위에서 좋은 것은 지키고 나쁜 것을 수정하면서 여성의 아름다움도 지키고 여성의 고달픔도 덜어주는 생활문화 가 필요 한 것이다.
옛것이 지금의 시대에 맞지 않으면 다듬어 고치고, 필요치 않은 것은 다시 세우면 된다. 그런데 옛 설 문화에 대해 무조건 거부 심리로 관광지 설 차례를 지내는 등의 행위에 대해 씁쓸하게 생각 되는 것은 비록 나만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며칠 있으면 닥아 올 명절 즉 설날이 옛것과 지금의 것, 그리고 이웃과 나의 관계가 훈훈하게 연계되어 우리 윗세대들의 지켜온 정(情)중심의 설날 문화가 다시 태어나는 설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