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사오정' '오륙도' 세상
[데스크 칼럼] '사오정' '오륙도' 세상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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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은행은 지난해 연말 1958년생을 전후로 한 지점장급 등 15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50대 임원들을 대거 퇴진시키고 40대 초반을 핵심부서장에 앉히는 등 물갈이 했다.

일선 지점장이 지금까지는 1950년대 생들이 포진돼 있었으나 이번 인사에서는 1960년대 생들로 대부분 교체됐다.

한창 일할 50대 초반들이 벌써 회사를 떠나고 있다.

승진한 40대 초반들도 축하 인사를 받지만 속내는 '나도 이제 집에 갈 때가 됐구나'란 씁쓸함도 없지 않다.

한국의 40~50대는 불안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천직과 평생 직장의 개념은 상실됐고, 조기 퇴직은 일상화됐다. 지금도 효율과 구조조정의 이름으로 무수한 40~50대들이 직장에서 내쳐진다.

45세 정년이라는 ‘사오정’ 그리고 56세까지 일하면 도둑이라는 ‘오륙도’ 등 자조적 신조어가 한국 사회에서 현실이 되버렸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쇼크 문제가 점차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60세 이상 비경제활동 인구가 500만명을 돌파한데 이어 50세 이상 실업급여 신청이 지난달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의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3만9115명으로 전년동기의 12만8077명보다 8.6%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전년대비 36.2%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실업급여 신청자수는 이후 계속 감소해 지난해 10월 6만7000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11월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업종별로는 공공 및 사회보장 행정 부문에서,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에서 실업급여 신청이 급증했다.

공공행정 및 사회보장 행정 업종의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2만2463명으로 전년동기의 7431명에 비해 무려 202.3%나 급증했다.

건설업의 경우 2만8953명으로 전년동월(2만6781명)에 비해 8.1% 증가했으며 전월대비(1만7592명)로는 64.6%를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51~65세 실업급여 신청자는 5만516명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29.7% 증가했다.

21~25세는 9865명으로 22.5% 증가했다. 경제활동이 왕성한 26~50세는 7만8300명으로 3% 줄었다.

지난 1월 실업급여는 38만7193명에게 3063억원이 지급돼 전년동월대비 지급자수는 9.3%, 지급액은 11% 각각 증가해 이 역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12월 우리나라 60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500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470만명)보다 30만9000명 증가했다.

월간 비경제활동인구가 5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며 10년전인 1999년 12월의 330만명에 비해 170만명이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60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는 245만명으로 전년 동월(248만2000명)대비 3만2000명 감소했다.

전체 비경제활동인구에서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1999년 12월 23.3%에서 30%로 상승했다.

12월말 현재 제주도내 실업자는 4000명으로, 실업률은 1.4%다.

가사와 통학 등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는 13만6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2000명(1.3%) 증가했다.

조기 퇴직자들이 늘면서 자영업자도 양산되고 있다.

제주지역 비임금근로자는 11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3000명(3.1%) 늘었다.

자영업주는 8만여명으로 늘었고, 무급가족종사자는 2만4000명에 달한다.

전체 취업자 중 비임금근로자의 비중은 37.6%를 차지한다.

한국일보 주필을 지낸 김수종씨가 천직인 줄 알았던 직장에서 인생 전반을 보낸 뒤 새로운 일에 도전해 인생 후반을 보내는 여섯 사람의 이야기를 모은 '고마워라 인생아'를 펴냈다.

박용기씨는 제약회사 등에서 34년 간 일했다. ‘월급 값을 하라’는 냉혹한 사회에서 밥벌이를 하면서도 공익을 위해 일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박씨는 희망제작소 행복설계아카데미 수료자들과 함께 300만원씩 갹출, 사회적 기업을 목표로 한 ‘희망도레미’를 만들었다. 기자 출신인 저자가 이들의 새로운 일터로 직접 찾아가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 기록했다.

인생의 한 고비에서 좌절과 상실에 빠지지 않고, 용기 있는 선택으로 제2의 인생을 희망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역에서 뭐니뭐니해도 최고 직업은 공무원이란 말은 다음의 사례 때문이기도 하다.

제주도 고위공무원들은 정년을 2년 앞두고 ‘파견’이라는 명목으로 별다른 일을 하지 않으면서 매월 꼬박꼬박 월급을 챙기고 있다.

공로연수는 정년을 1년 앞두고 사회적응을 위해 시행되는 제도이지만 이 역시 그 동안 대표적인 예산낭비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으나 공무원사회의 ‘철밥통 관행’에 따라 깨지지 않고 있다.

민간기업에서 정년을 채우고 은퇴하는 사람은 선택받은 자들일까.

임  성  준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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