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결혼과 이혼
[세평시평] 결혼과 이혼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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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문화가 가족가치에 개인주의 가치가 압도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는 요즘이다.

제주로 신혼여행 와서 이혼하고 가는 커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커플들은 결혼연습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혼은 미리 연습 할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생애에 한번만 허용되는 삶의 과정이다.

우리에게 탄생이 그러하고 죽음이 그러하듯이 결혼도 단 일회일 뿐인 까닭에 소중하고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탄생과 죽음의 일회성과 결혼의 일회성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탄생과 죽음은 자기 의지, 곧 선택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 일인 반면에 결혼은 전적으로 당사자의 선택권이 발휘되는 중대한 인생사 중의 하나라는 점이다. 결혼이란 삶의 과정 중의 하나다.

따라서 결혼이란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는 삶의 형식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인생은 고비 고비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는 일로 가득하다.

곧 인생의 행복이나 불행은 그 무수한 선택과 결정을 어떻게 했느냐의 축적으로 좌우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결혼의 선택과 결정은 가장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생의 출발이면서 바탕이고 귀결점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마침내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람의 몫을 해내게 되는 시작이다.

특이하고 기이한 삶을 살지 않는 한 그 사람이 어떤 능력을 지녔든,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결혼은 인간으로서 거쳐야 하는 가장 소중하고도 아름다운 인간의 소임을 다하는 행위인 것이다.

결혼을 신성시하고 모두가 축복하는 것은 바로 그 소임에 대한 경건성과 격려의미가 내포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결혼은 두 남녀의 애정행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애정행위를 통해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을 건강하게 키우고, 사람답게 가르쳐야 하는 동시에 가정이라는 작은 사회를 건전하게 운영해야 하는 책임이 두 남녀에게는 평생토록 지워지는 것이 결혼이다.

결혼을 통한 이 무한책임은 인류가 있은 이후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인류가 존속하는 한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 상식적이면서도 중대한 책무를 무난하게 이루어내려 할 때 결혼을 앞둔 남녀에게는 어떤 상대를 골라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당연하고도 심각하게 다가서게 된다.

연습이 허용되지 않고 단 한 번으로 끝나 버리는 결혼이기 때문에 결혼 상대를 구하고 고르는 일은 또 그만큼 중대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가장 행복한 부부는 평생을 친구관계로 사는 부부라는 말이 있다. 그건 꽤나 그럴 듯한 말이다. 친구는 우선 신뢰하는 마음이 바탕이 된다.

그리고 격의 없는 대화가 이루어지는 사이다. 또한 인격적으로, 심정적으로 동격을 유지한다.

그럼 평생을 친구관계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하는가.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세밀한 인격 관계유지다.

결혼은 사람과 사람이 결합하는 것이고 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나누는 것이고, 사람과 사람이 한 방향을 바라봐야한다. 이것은 동양의 중심사상이다.

그러나 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부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세월이 어느덧 20여년, 그 그릇된 풍조의 결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에서 이혼율 1위이다.그건 세계적 망신이고 국제적 수치다.

자기들의 인생에 얼마나 무책임하고 경솔했으면 이혼으로 세계 1등을 한단 말인가.

그건 우리들의 천민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난 20여년의 세월을 물질가치를 최고로 받들며 얼마나 천박하게 살아온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 천박함을 고치려 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

 OECD 통계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꼴찌’라는 사실이다.

세계 수출 10위권의 경제대국 국민이 삶에 만족을 가장 못 느낀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건 우리들 모두가 너무 탐욕에 집착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우리는 ‘배부른 거지’라는 뜻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제 1950, 1960년대 가난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게 아니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앞두고 있다.

국민소득 3만달러의 꿈을 갖는 건 얼마든지 좋지만, 돈을 쫓아 인간이기를 포기한 채 욕심만 낸다고 국민소득 3만달러시대가 빨리 오는 게 아니다.

그럴수록 사회는 황폐해지고, 그 꿈은 멀어진다는 것은 평범한 진리다. 이러한 평범한 진리위에 가정이 있고, 정이 있고, 진실한 결혼이 있다.

결혼이란 사랑의 결실이고 사랑의 결합이다. 이혼은 사랑의 파탄이며 이기적인 가족과 자신의 파멸이다.

이 불변의 사실 앞에서 사회 구성의 기본단위인 결혼과 이혼에 대해 말하는 것은 대언장담(大言壯談)같아서 부끄럽지만 생각해지는 것은 나이든 탓으로 변명해본다.

김 찬 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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