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한 시골 초등학교의 미거(美擧)
[세평시평] 한 시골 초등학교의 미거(美擧)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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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손길이 그리운 학생에겐 엄마품의 포근함을!’ ‘아빠가 필요한 학생에겐 아빠의 역할을!’
편부(偏父)ㆍ편모(偏母)슬하의 어린이와 조손(祖孫)가정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교실을 운영, 전국 최우수상을 획득한 시골 초등학교가 있다. 제주도 서남쪽 산방산 기슭의 사계초등학교가 그 주인공이다.

 사계초등학교는 한국교육개발원이 주관하는 ‘엄마품 멘토링’사업을 지난해 7월부터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교육정책 현장착근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농어촌 소재학교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전국 최고의 상을 받은 것이다.

멘토(mentor)란 ‘현명하고 충실한 조언자’ 또는 ‘충고자’ ‘상담역’등으로 풀이되는 말이다. 원래 멘토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사람이름. 전쟁터에 나가는 아버지가 제일 친근한 벗에게 자신의 아들을 맡기게 되는데, 이 지인의 이름이 바로 멘토였다.

부탁을 받은 친구 멘토는 10여년의 긴 출정기간동안 그 아들을 친아버지처럼 잘 보살피며 훌륭하게 키워주었다. 이것이 유래가 되어, 사람 이름이었던 멘토가 ‘지혜와 신뢰로서 한 사람의 인생을 바르게 이끌어주는 스승’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이다.

멘토에서 멘토링(mentoring)이라는 단어가 파생됐다. 멘토링은 ‘덕망과 학식ㆍ경험이 풍부한 사람(멘토)이, 그렇지 못한 동료나 연령이 어린사람(멘티)에게 조언과 격려?지원을 해주는 일’을 뜻하는 것으로, 여기에서 멘토와 멘티(mentee)의 관계가 이뤄지게 된다.

사계초등학교가 멘토링 수업을 시행하게 된 동기는, 여러 가지 집안형편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학생이 전교생 120명 가운데 17%나 되는 2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 데서 비롯되었다. 이들 어린이를 돕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던 차, 때마침 ‘엄마 품 멘토링’관련 시행공문이 내려온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랄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학교로선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무엇이든 난관은 있게 마련이다. 워낙 처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에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해당 가정에서는 쉽게 응해줄 런지, 멘토 를 맡을 학부모는 있을 런지 등등 고충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역경에 처한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인들 못하랴’는 결의(決意)하나로 일단 도전해보기로 하였다. 박요찬 교장을 위시하여 장승심 교감과 윤용석 교무ㆍ김차선 환경부장의 적극적인 추진아래 유정숙 교사가 전담을 자청하였다.

우선 가정통신을 보내 멘티 학생을 모집하고, 다음으로 멘토 구실을 할 학부모를 의뢰하였다. 멘티는 당초 24명에서 34명으로 희망자가 불어났고, 멘토역(役)은 6명의 학부모(고진번?김란?김미연?김복생?박현미?최서현)가 쾌히 승낙을 해주었다.

멘토가 하는 일에는 인성지도ㆍ숙제도와주기ㆍ동화 들려주기ㆍ해산물잡기ㆍ운동과 목욕 함께하기, 그리고 영어와 한자공부 등 중요한 과정이 모두 들어있다. 이렇게 잘 짜여 진 내용을 친부모나 다름없이 사랑과 정성으로 가르치고 돌보았으니, 성공은 기약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교육이 진행됨에 따라 종전까지 주의가 산만하고, 울적해하며, 남과 다툼이 잦았던 멘티들이 자연스럽게 정상아로 변화해 갔다. 어쩌면 기적과도 같은 일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계초등학교는 ‘꿈을 꾸는 학교, 꿈을 키워주는 학교,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학교’라는 표어를 내걸고 ‘영어전용실’과 ‘영어체험실’을 운용하여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다. 지금 사계초등학교는 향촌(鄕村)초등학교의 발전모형이 되고 있다.

시골학교는 이제 과거의 촌(村)학교가 아니다. 양질의 교육을 받기위해 도시로만 향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전국의 농어촌학교들이여, 용기와 희망을 갖고 힘차게 나아가자.

溪山 이 용 길
전 제주산업정보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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